받는 이 없는 편지 12

헤어질 결심

by 새나


P는 1987년에 죽었다.

헤어질 결심의 감독은 P의 지인이 분명하다.

P는 첫사랑에 실패하고 실패의 고통을

감당하지 못하고 스스로 삶을 마감했다.

그건 마치 첫사랑의 H가 영원히

자신을 기억하길 바라는 깊은 욕구가 반영된 것일 것이다.

실은 그랬다.

P는 H가 죽는 날까지 자신을 그리워하길 간절히 바랐다.

잠시 스쳐 지나간 사람이 된다는 것만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었다.

그 무렵 P는 깊은 슬픔을 읽고 있었다.

끝이 정해진 사랑에 자신도 모르는 새 빠져든 P는

H를 용서할 수 없었다.

가장 용서할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너무나 뻔한 늪에 빠져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이 제일 미웠다.

자신에 대한 미움은 증오로 자랐다.

이 세상에서 가장 미운 사람을 없애고 싶은 감정이 든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했다.

울다가 생각이란 걸 하게 되면 어떻게 죽을지 고민했다.

가능하면 최대한 덜 고통스럽게 죽고 싶었다.

하루가 다르게 숨을 쉴 수 없는 기분이 들었고 H를 처음 만난 그곳이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터질 듯이 두근거렸다.

H 없이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죽어버리자고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누군가의 속삭임 같은 마음의 소리가 계속 들렸다.

P는 결심했다.

바닷가에 가서 소주 네 병을 마시고 바다로 걸어 들어가기로.

P의 헤어질 결심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세상에서 가장 미운 자신을 죽이고 H의 기억에서 영원히 살기로 한 대로 말이다. 너무나 화창한 날은 자신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었다.


#헤어질결심 #마음일기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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