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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J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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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Jun 19. 2023

PJ는 외로운 사람

사람은 혼자 남을 때 외로움을 느낀다. 외로워서 그리움을 느끼기도 한다. 외로워서 그리움을 느끼는 건지 그리워서 외로움을 느끼는 건지 알 수 없을 때도 있다.

사랑해서 그리운 건지 외로워서 그리운 건지 PJ는 자주 헷갈린다. 보고 싶어서 그리운 건지 외로워서 그리운 건지 정말 구별하기가 어렵다.

픽사베이

PJ가 처음 남자와 여자를 구별하는 감정을 느낀 건 열 두 살 때이다. 학교에 빨리 들어간 PJ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PJ의 단짝 친구가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는 반 앞 복도에 같이 가 주면서 남자와 여자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PJ는 딱히 좋아하는 남자아이는 없었는데 성가시고 귀찮은 아이는 있었다. 그 남자아이는 자꾸 PJ의 머리띠를 뺏아가서 돌려주지 않고 PJ 주위를 맴돌면서 성가시게 했다. 그래서 하교 시간이 늦어지곤 했다. 단짝 친구는 PJ에게 K가 널 좋아해서 그러는 거 같다고 말했다.

참 묘하게도 그때부터 PJ도 K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K가 지나가면 한번 더 보게 되고 K를 관찰하게 되었다.


K는 다른 남자아이들보다 키가 컸고 그 시절 핫했던 보이 스카우트를 했으며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리더십이 있어서 남자아이들이 K의 말을 잘 따랐다. K 주변엔 늘 아이들이 많이 있었고 K는 늘 아이들과 어울려 다녔다. PJ는 리더십이 있는 K가 멋져 보였다. 아이들이 따르는 인싸라서 부럽기도 했다. PJ는 학교에서 임원을 맡긴 했지만 인싸는 아니었다. 내향적인 PJ는 학교가 끝나면 집에 가기 바빴다. 이미 학교에서 에너지를 많이 써서 학교가 끝나면 바로바로 집에 가고 싶어 했다. 하지만 단짝 친구 H는 집에 가기 싫어했다. PJ 집 앞에 데려다주고 가곤 했다. 그때는 왜 그러는지 몰랐지만 나중에 H의 아빠가 가정에서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라는 걸 어른이 된 후에 다시 만난 H에게 들어서 뒤늦게 알게 되었다. 다행히 어른이 된 H는 좋은 사람을 만나서 잘 살고 있는 거 같았다. H를 좋아해서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한국으로 찾아온 남자와 살고 있었다. H의 남편의 눈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PJ는 H가 잘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안도했다. 그게 H와의 마지막 만남이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삶의 무게는 초등학교 단짝 친구를 챙길 여유를 주지 않았다. PJ는 부모님과 살 때는 부모님을 떠나 자신의 인생을 오롯이 챙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어린 나이에 가족을 떠났다.


픽사베이


PJ에게 가정은 평화로운 안식처가 아니었으니 언제든 안전한 곳을 찾아 떠나고 싶게 만들었다. 돌이켜보면 PJ가 일찌감치 새로운 안식처를 만들었던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PJ는 자신이 만든 가정에서 쉼과 평안 그리고 행복을 누리고 싶었다. 집에서는 외롭고 쓸쓸했던 PJ에겐 쉴 곳이 필요했다.


#소설 #마음일기 #외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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