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음일기

20230709 마음일기

분석하는 사람

by 새나

나는 현상을 보면서 분석하고 원인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익숙하다. 불편한 일이 생기면 그 일을 열심히 들여다본다.

이유가 뭘까?를 100번쯤 생각하며 이해하려고도 하고 이유를 찾아보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일들이 이유가 뭔지 모르겠더라. 그러다 보니 답답하기도 하고 지치기도 한다.

어쩌면 원인이나 이유를 아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일들은 원인이나 이유가 너무나 복잡해서 몇 가지로 단순하게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일들이 참 많기 때문이다. 그 일들을 들여다보고 구조화하려고 노력하는 시간에 그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는 편이 훨씬 생산적일 수 있다. 생산적이진 않더라도 마음이 편할 수도 있다.


무엇이든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 관점이 나를 오히려 지치게 하고 소모적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럴 때는 그냥 흘러가게 두는 수밖에 없다.

모든 일들의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오히려 학창 시절에는 답이 있는 과제를 부여받고 그 과제를 시간 내에 해결하면 되니까 속 편했던 거 같다.

지금은 답 없는 과제를 부여받는 일들이 많다 보니, 속이 답답할 때가 많다.

답 없는 과제는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과제를 의미하기도 한다. 가족과 관련된 일이 특히 더 그런 답답함을 유발한다.


요즘은 재수하는 딸의 문제도 딸의 몫이고, 편찮으신 엄마의 병환도 엄마의 몫이고, 엄마를 요양원에 입원시키고 홀로 남아 많은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는 아빠의 과제도 아빠의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연기학원을 다니며 연기자의 꿈을 키우는 아들의 꿈도 아들의 몫이고, 최종 보스의 자리를 찾을 시기가 다가온 남편의 과제도 남편의 몫이다.


나는 나의 과제를 수행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면 그만이다.

오늘 나의 과제를 다했으면 그뿐이다. 감사할 일이다.


최근에 1년 반 정도 준비한 책을 출간했다.

책이 나와서 반갑기도 하고 이제 뭘 하면 좋을까 고민되기도 한다.

유명인이 책을 낸 게 아니라서 지인파워로 베스트셀러 순위에 진입했으나, 이제 다시 잠잠해졌다.

이 책을 통해서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이 생기면 내 책의 목적을 이루는 것이다. 오랜만에 책을 읽고 싶어지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책을 읽은 남편이 집에서도 책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으니 우리 집에서도 내 책은 목적을 이루었다.


책은 우리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인생의 고비마다 지혜를 보내준다.

작가의 러브레터인 책을 받아 들고 외롭고 힘든 인생의 고비들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길 바란다.


책이 나와서 그런지, 잠시 쉬어가자는 생각이다.

여름에 취약한 나는 사실 여름을 견뎌내는 과제만으로도 충분히 버겁기 때문이기도 하다.


매일매일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 즐길 생각이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휴대폰 완충처럼 내 에너지도 다시 차오를 것이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며 휴식을 취했다.

엘리멘탈은 자녀와 부모가 성숙해져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참 다른 불과 물 같은 부부가 처음에 어떻게 사랑하게 되는지도 달달하게 볼 수 있다. 10대 아이들을 키우는 물과 불 부부의 모습이 보고 싶다. 10대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내가 10대일 때보다 열 배 힘들다고 생각한다.

사랑을 느끼고 내 사람을 알아본 후 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물과 불의 모습이 보고 싶다.



#휴식 #마음일기 #분석쟁이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0230704 마음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