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재수를 결심했다. 고2 때 사춘기가 와서 열심히 공부하던 아이가 잠만 자기 시작했다. 피곤하고 힘들어서 그랬는지 주말 내내 자꾸 잠만 잤다. 평일에도 학교에 다녀오고 나서 잠만 잤다. 고1에 만난 과외 선생님이 고2 1학기까지 과외를 하고 교환학생이 되어 미국으로 떠난 직후부터 아이는 공부에 전념하지 못했다.
수학은 혼자 하기 어려울 테니 학원에 가자고 강권해서 수학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선행을 많이 하지 않은 아이는 학원에 적응하기 어려워했다. 우선 빠르게 진도를 빼는 학원 수업 방식이 아이에게 맞지 않았다. 아이는 천천히 이해하고 다음으로 넘어가고 싶어 했지만 학원은 여러 번 반복해서 아이들이 이해의 깊이를 더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했다.
아이는 결국에 다시 혼자 공부하겠다며 학원을 관두었다. 영어 학원은 관두지 않았지만 학원에서 주는 과제를 다 하지 않았다.
아이는 이과라서 수학2와 미적분을 공부했는데 고등학교의 많아진 공부량에 지쳤는지 도무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다. 자꾸 잠만 자는 아이에게 다시 과외를 하는 게 어떠냐고 했지만 계속 공부를 혼자 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고3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겨울방학이 되었다. 아이에게 윈터 스쿨에 가는 걸 권유했지만 아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전엔 엄마의 제안에 잘 따라주던 아이는 온데간데없었고 자기가 알아서 할 테니 메가패스를 수강하게 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아이는 계속해서 잠만 잤다. 방학이니까 아침 먹고 스터디카페에 가고 규칙적으로 생활하면서 공부하라고 했지만 아이는 잠의 늪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너무 힘들어서 회피를 하는 거 같았다. 의지를 가지고 공부해야 하는데 아무런 의지가 없었다. 오히려 내신은 망친 거 같으니까 수능에 집중해서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 수능 공부라도 열심히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갈팡질팡했다. 아… 사춘기가 고2 2학기 때 오다니 정말 큰일 났다. 아무리 얼르고 달래고 울고 화도 내 보았지만 아이는 말을 듣지 않았다. 공부 얘기 할 거면 방에서 나가라고 화만 내고 정색했다.
답답한 마음에 다시 과외를 하자고 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가 좋아하는 국어 등급을 올리는 게 수월하겠다고 생각해서 국어 학원을 겨울방학부터 다니게 했다. 이과인데 수학 과학은 열심히 안 하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내린 처방이었다. 아이는 국어를 좋아해서 토요일마다 국어 학원엔 열심히 갔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하지만 수학, 과학은 포기한 것처럼 열심히 하지 않았다. 그렇게 3학년 1학기도 지나고 여름방학이 되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해서 전문과외 선생님을 구해서 수학 과외를 하게 했다.
하지만 1년 가까이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성적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려웠다. 고 1에는 2점대였던 내신 성적이 두 배 가까이 떨어졌다. 그래도 아직 희망이 있다고 아이를 설득했지만 아이는 아무런 의욕이 없었다.
수능 최저는 맞추어야 하니까 수학을 좀 더 하자고 독려했다. 아이는 영어와 수학을 방학 동안 집중했다. 9월 모의고사 성적을 잘 받아야 하니까 최선을 다하라고 격려했다. 재수생들이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9월 모의고사 성적이 실제 수능 성적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최소한 2합 7만 맞추면 되는데 2합 8이 나왔다. 조금만 더 힘내라고 격려했지만 수학이 기본이 너무 없었다.
과외를 계속했고 수많은 문제를 풀었지만 역시 수학은 시간이 걸리는 과목이라서 아이의 수능 성적은 정직하게 나왔다.
아이는 계속되는 수시 불합격 소식을 보면서 착잡해했다. 결국엔 수시 6개 대학에 모두 불합격했다. 수능 최저를 맞춘 줄 알았는데 등급컷을 잘못 봤는지 답을 잘못 알고 채점했는지 수능 최저를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안전이나 과하 대학에 지원하지 않고 적정이나 상향으로만 지원한 결과이다.
사실 6개 대학 모두 합격을 보장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아이가 합격하면 집에서 다닐 수 있는 대학을 고려하여 지원한 결과 결국 모두 불합격하고 말았다. 아이도 많이 놀란 거 같았다.
아이는 예전의 아이로 다시 돌아왔다. 수능의 실패를 맛보고서야 정신이 든 거 같았다. 스스로 재수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재수가 생각보다 많이 외롭고 힘든 고비가 많은 일이라서 걱정이 되었다. 남편도 나도 아이에게 슬럼프에 대해서도 설명해 주었다. 친구들이 대학에 다니는데 혼자 재수를 하는 것은 학교에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다. 아이는 SNS 앱을 지우겠다고 했다.
학원 스케줄대로 성실하게 공부하면 분명히 성적은 올라갈 것이다. 아이에게 격려해 주고 재수학원을 등록해서 공부하게 도와주겠다고 했다. 공부 습관을 다시 잡으려면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오래 앉아서 집중하는 습관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공부를 잘했던 아이니까 수능만 집중해서 준비하면 성적은 올라갈 거라고 담임 선생님도 격려해 주었다.
아이와 재수학원에 가서 상담하고 1월부터 다니기로 했다. 아이가 큰 결정을 스스로 했고 공부하겠다고 했으니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행동을 할 거라고 믿는다.
아이가 이번 일을 계기로 자신의 인생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하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재수라는 어려운 터널을 통과하는 아이 옆에서 늘 격려하고 힘이 되어주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재수하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많이 힘들다.
아이 친구들이 재수하기 전에 만나자고 해서 아이는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1월부터 재수학원에 다니기로 했다. 다시 기본을 다지려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면 학원에 도착해서 휴대폰을 반납하고 밤 10시까지 하루 종일 수업과 자율학습 시간이다. 잠만 집에 와서 자고 다시 같은 생활이 반복될 것이다. 수많은 생각이 몰려오겠지만 재수를 하기로 한만큼 부디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인 것처럼 성실하게 공부하길 바란다.
이 세상 모든 20대를 응원한다. 곧 20대가 되는 우리 딸이 20대를 재수학원에서 열게 되어 마음이 아프지만, 다시 얻은 소중한 기회를 부디 잘 사용하길 기도한다.
아이가 이번 기회에 자신의 삶에 더 진지하게 임하고 자기 자신을 찐하게 사랑하게 되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다.
아이 재수학원 등록 후에 마음이 안 좋은 나는 평생 처음으로 네일 케어를 받았다. 네일 케어받으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이 세상 모든 20대를 응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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