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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J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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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Aug 01. 2023

PJ의 남자친구

PJ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남자친구가 생겼다. 동갑내기

남자친구라서 참 편하게 대했다. 착하고 순한 첫 번째

남자친구는 PJ가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는 남자였다. 웬만하면 PJ가 하자는 대로 하고 화를 낸 적도 없었다.

안경을 낀 눈매가 참 착하고 순한 인상을 풍겼다.


마이클 볼튼의 when a man loves a woman을 들으며 PJ를 떠올리던 남자였다. PJ의 사진을 우연히 보고 운명의 여자라고 생각했다며 PJ 친구에게 물어 PJ 집 앞으로 찾아온 용기 있는 아이였다. 평소에는 순하디 순한 아이인데 무슨 용기로 PJ 집 앞까지 찾아왔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PJ도 귀엽고 착하게 생긴 H가 싫지 않았나 보다.

출처: 네이버 바이브

제대로 사귀기로 한 건 고3 때부터였던 거 같다. 주말마다 같이 공부도 하고 교회에도 다녔다. PJ 엄마가 PJ랑 친구 하려면 교회에 오라고 해서 이 착하고 순한 아이는 기꺼이 교회에 나왔다. PJ는 몰랐는데 H에게 관심을 보이는 여자 아이들이 꽤 있었나 보다. PJ는 늘 자신의 옆에 한결같이 있어주는 H에게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는지 실은 다른 아이를 마음에 두고 괴로워했다. 묘하게 얽힌 인연인지 H와 Y는 같은 반이었다. 사람 일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H는 Y를 학원에서 알게 되었다.

Y는 H와 달리 키도 크고 덩치도 크고 눈도 크고 리더십도 있고 공부도 잘했다. PJ에게 Y는 이상형이었고 H는 현실이었다.


Y를 알게 되면서 PJ는 심장이 걷잡을 수 없이 뛸 때의 느낌을 알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Y의 여자친구와 싸운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Y와 편한 친구가 되었다. 누군가의 고민을 들어주다 보면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편해지고 마음을 열다 보면 무방비 상태로 누군가가 마음에 들어와 버리는지도 모른다.


Y는 영화를 참 좋아했다. 영화를 보면서 행복해하고 현실에 없는 꿈을 꾸는 모습이 참 멋졌다. 왕가위나 장국영, 양조위의 영화를 Y를 통해 알게 되었다. 한참 홍콩 영화들이 인기를 끌던 시절이다. 화양연화나 영웅본색 그리고 금성무의 중경삼림은 10-20대 청춘들의 로망이었다. 우수에 차 있으면서 삶이 너무나 지루하고 심각한 청춘의 모습을 너무나 잘 담고 있어서였을까?

영웅본색


PJ와 Y는 그렇게 조금은 지루하고 별일 없고 무료하지만 때론 너무나 애달프고 우울한 무기력의 날들을 함께 보내며 서로를 위로했다. 한국에서 10대 고등학생이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저 아직 덜 큰 미성년자였으니까.


착하디 착한 H와 멀어지기 시작한 건 PJ가 Y를 바라보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마음이 멀어지는 걸 H도 느꼈던 거 같다. 어느새 서로에게 소홀해지며 시들해지고 정들었던 마음이 멀어져 갔다. PJ에게 H는 고맙고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애틋하고 그리운 존재는 아니었다. PJ를 좋아해 주고 잘해줘서 가깝게 지냈던 것일까? PJ는 H에게 점점 시큰둥해지면서 Y를 향하는 마음을 어쩌지 못했다.


이때쯤 뱅크의 가질 수 없는 너와 전람회의 취중진담이 전국을 휘몰아쳤다. 노래방에만 가면 이 노래들을 불렀다. 가질 수 없는 Y를 생각하며 가질 수 없는 너를 부르곤 했다. Y는 PJ를 편한 이성친구로 생각했고 여자친구가 있었다. 피아노 치는 여자가 모든 남자의 로망이던 시절이었는지 Y의 여자친구는 피아노를 전공했다. 이상 야릇한 H와 PJ의 관계는

점점 더 소원해졌고 대학교에 가면서 완전히 멀어졌다. H는 PJ가 왜 그렇게 멀어지는지 묻지 않았고 둘은 자연스럽게

헤어졌다.


이미 다른 사람이 마음에 들어온 PJ는 H를 더 이상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고 H를 떠나보내는 것이 H를 위한 거라고 생각했다. 아쉽긴 했지만 그 흔한 어장관리 대신 이별을 택했다. Y와도 대학교에 간 후에 자연스럽게 연락이 끊겼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접한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생활에 젖어들면서 더 이상 연락하지 않게 되었다. Y와 말이 통하는 좋은 친구로 남고 싶었던 PJ의 바람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Y가 자꾸 생각났었는데 대학교에 입학한 후에 만난 새로운 사랑이 Y를 자연스럽게 잊게 만들었다.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에서도 멀어졌고 눈앞의 새로운 사랑은 절절하고 뜨겁고 애타던 Y를 추억으로 보냈다. Y는 PJ에게 영화가 참 좋은 매체라는 것을 알게 해 준 사람으로 남았다. 그래서 대학 시절에 PJ는 영화를 보러 자주 갔고 예술영화관에 멤버십을 가입하기도 했다. 카사블랑카나 로미오와 줄리엣을 보면서 Y를 떠올리곤 했다. Y와 함께 본 영화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로미오와 줄리엣이긴 했지만 말이다. 사실 PJ는 가질 수 없는 Y에 대한 PJ의 마음은 생각보다 큰 상처를 받았다. 가슴이 찢어지는 통증이 느껴져 펑펑 울며 흐느낀 날도 있었으니 말이다.

로미오와 줄리엣

PJ에겐 대학생으로서의 설레고 신기하고 풋풋한 날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설 #PJ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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