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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J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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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Jul 29. 2023

PJ의 첫사랑

PJ는 누구나 그렇듯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 고민하곤 했다. 그 의미가 무엇이든 PJ는 깊이 새기고 생각하고 돌아보았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그 의미가 PJ를 살게 했는지도 모른다. PJ는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PJ의 삶에 다가오는 그 선배의 의미가 무엇일지 궁금했다.


만나면 만날수록 하찮은 모습을 발견하게 되어 실망스러움만을 안겨주는 선배에게 깊은 의미를 담기가 어려워졌다. 그러기엔 PJ의 삶의 가치도 퇴색되는 기분이 들었다.

맘에 들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보니 첫사랑이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첫사랑이라서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거야. 나에게 다정한 눈빛과 미소를 준 사람이지만 썩 내키지 않는다면 그대로 떠나보내도 된다고 자신에게 말해주었다.


어차피 그 선배도 PJ만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언제든지 PJ의 삶에서 선배를 내보내도 될 일이었다. 더 이상 어떤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첫사랑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사람을 삶에서 내보내는 일조차 PJ에겐 쉽지 않았다. 내가 특별하게 생각하듯이 선배도 PJ를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긴 너무나 어려웠다. 그래도 인정해야만 했다. 그냥 호기심이었을지도 모른다. PJ에게 큰 의미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너무나 서럽고 속상했다.

마음이 아프고 PJ의 마음을 몰라주는 선배가 원망스러웠다.


첫사랑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니 인정하기가 어려웠다. 함께 웃고 이야기하며 좋은 시간들을 만들어가고 싶었는데 PJ의 뜻대로 되는 것은 없었다. 마음과 마음이 만났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PJ의 오해였던 거 같다. 선배를 생각하며 적었던 편지들이 모두 덧없게 느껴졌다. 매일매일 일기처럼 적던 편지가 모두 이 땅에서 부서져버린 느낌이다. 답장 없는 편지를 도대체 얼마나 썼던 것일까? 그냥 누군가에게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일까? 나를 바라봐주고 손을 내민 사람이니 내 마음을 풀어놓으면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지나간 시간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고 왜 선배의 마음을 물어보지 않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선배가 “너는 늘 네 마음대로 결론을 내리더라.”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말을 생각하니까 PJ는 자신의 감정을 즐기고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첫사랑’이라는 단어에 매몰되어서 혼자만의 ‘첫사랑’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첫사랑’이 뭐길래 첫사랑을 하는 자신만 바라보았던 걸까? 자기 자신에 매몰되어 PJ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그 감정만 바라보고 좋아하는 사람은 바라보지 않았던 것일까?

지나고 보니 PJ는 선배의 마음을 똑바로 물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혼자 그리는 대로 선배와 PJ의 이야기를 적어나갔던 것이다. PJ는 자신의 마음도 잘 몰랐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상상 속 선배를 만들어놓고 가슴 두근거리는 첫사랑의 상대라고 생각해 버린 것이다.


PJ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 자신이 보는 극히 일부분을 본 채로 목소리 좋고 노래도 잘하는 선배가 먼저 손을 내밀고 다정하게 대해준 것만으로 홀로 사랑에 빠져버린 것이다. 실체가 없는 PJ만의 사랑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마치 모래성이 부서지듯이 PJ의 실체 없는 사랑은 사라져 버렸다.


사랑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함께 느끼는 감정인데 호감을 보이고 잠시 다정했다는 이유만으로 첫사랑으로 삼아버린 PJ는 어쩌면 프린스 에드워드 섬의 빨간 머리 앤처럼 상상 속에서 선배를 좋아했는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해석과 의미부여가 PJ를 형체 없는 첫사랑으로 몰아간 것이다.


상대방에게 이야기하고 묻고 생각을 나누고 말하는 것이 대화이고 사랑인데, PJ는 독백과 상상으로 가득한 첫사랑을 그렇게 서서히 떠나보냈다.


PJ의 생각과 마음을 풀어놓았던 것만으로도 선배를 향한 PJ의 첫사랑은 의미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PJ는 서서히 군대에 간 선배와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PJ의 첫사랑은 조용히 지는 해처럼 말없이 저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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