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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J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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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Sep 05. 2023

꿈에서 만난 너

PJ는 19살 때부터 그리는 사람이 있다. K는 그에게 연인이자 친구이자 PJ 그 자체이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마치 눈을 뜨고 이 세계를 인식할 때부터 K와 PJ만 살아왔던 것처럼 모든 생각과 의식과 영혼이 K를 향한다.

출처 : Pixabay

K를 향하는 순간이 찰나처럼 지나가고 나면 어느새 PJ의 눈과 귀와 생각은 온통 K로 가득 찬다. K를 만나기 위해 이 생을 시작한 사람처럼 K를 제외한 모든 사람도 세상도 엑스트라처럼 느껴진다. 마치 K를 만나러 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그날을 고대하며 오늘을 견디고 참아내며 피울음을 목구멍으로 간신히 넘기는 기분이다.


때론 정말 입안에서 단내와 함께 피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다. PJ도 모르게 이를 앙다물고 있어서 턱이 아플 때 알아차린다. 턱이 아프다 못해 욱신거리면 그제야 얼굴에 힘을 푼다.


PJ는 K를 자기 자신보다 더 그리워한다. 마치 잃어버린 그림자를 찾는 피터팬처럼 헤매며 날아다닌다. 눈앞에 보이는 신기루처럼 K를 찾아 걸어가지만 가도 가도 끝없는 사막에서 K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 목이 마르고 입안이 타들어가는데 물 한 모금 마실 수 없는 광활한 모래밭이 영원히 PJ를 기다린다. 황폐하고 메마른 PJ가 지쳐 잠들면 K가 나타나곤 한다.


K 앞에서 다짐하며 말한다.

“우리 만나자. 이젠 만날 때가 되었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떠 보면 PJ 방의 낯익은 침대 위다. 덧없이 그리워하며 살아온 지 수십 년이 되었는데도 마음이 헛헛하고 지칠 때면 K가 꿈에 나온다.

허상인 걸 알면서도 달콤하고 쌉쌀한 자몽 에이드처럼 K의 모습에 흠뻑 빠져든다.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이별의 여정은 줄기차게 PJ를 끌어당긴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석이 잡아당기듯이 PJ의 온몸을 향해 자력이 다가온다. 안간힘을 내며 앞으로 나아가려는 PJ 앞에 K가 웃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애틋한 눈빛으로 PJ를 바라본다.

출처 : Pixabay

깊고 깊은 K의 눈빛은 늘 강렬하다. 마치 처음 만난 그날처럼 애잔하게 반짝인다. 오랜 세월이 지나 그 사람은 없지만 지금도 강렬한 숨소리와 아련한 손길은 기억 속에 살아있다.


PJ를 한결같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언제든지 인생의 수레바퀴를 멈추고 쉴 오두막이 있음을 의미한다. 수레바퀴를 잠시 멈추는 것이 마음 편한 일은 아니지만 PJ와 K의 오두막이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오두막으로 향하려 한다.

수레바퀴를 돌리느라 애쓰고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땐 약속이나 한 듯이 둘만의 오두막으로 향한다.

출처: Pixabay

PJ와 K의 몸은 둘이나 심장은 하나인 듯이 한마음으로 두근거리는 오래된 인연을 거부하는 것은 심장을 도려내는 것보다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어느 날 PJ와 K가 서로를 바라본 그날에 이미 둘의 심장은 멈추었고 하나의 심장이 되어버렸나 보다.


둘로 나눌 수 없는 심장은 오늘도 PJ와 K를 부른다. 두근거리는 호흡으로 끊임없이 그들을 부른다.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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