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PJ 이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나 Sep 06. 2023

PJ의 아침

출처 : Pixabay

PJ는 아침 햇살에 눈을 떴다. 어제 일이 많았는지 어깨가 좀 뻐근하다.

잠시 눈을 감고 새로운 아침을 느낀다. 파란 하늘과 뜨거운 햇살이 오늘을 열어준다.

아침에 눈을 뜨니 머리는 땀에 흠뻑 젖어있다. 밤 사이 꿈을 꾼 탓이다.

마치 어제 일처럼 눈앞에서 K가 손짓하며 웃고 있었다.

K가 꿈에 나오는 날이면 아침부터 마음이 쓸쓸해진다.


참 오랫동안 잊고 살았는데 마치 어제일처럼 생생한 K의 미소를 보며

차라리 머릿속에서 K를 깨끗이 지우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든다.

PJ는 얼마 전에 본 영화처럼 '기억을 지워주는 곳'이 있다면 찾아가서 깨끗이 지우고 싶다.

악귀를 쫓아내는 카운터를 안다면 여기부터 여기까지 내 기억을 지워 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사실 PJ가 가장 예뻤던 그 시절을 아는 몇 안 되는 K가 PJ에겐 소중한 사람 중 하나이지만

현실에 그때 모습으로 나타나려 하는 것은 감당할 수가 없기에 깨끗이 지우는 편이 마음 편할 거라고 생각한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새로운 도화지에 예쁘고 사랑스럽고 달콤한 그림들을 참 많이 그렸는데도

K와의 기억도 포르말린에 적셔둔 나비처럼 박제되어서 반짝인다.


이미 지나온 오래된 기억이 현재에도 영향을 미쳐서 좋을 게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툭툭 털고 일어나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하다.


PJ는 K는 K대로 추억의 앨범에 예쁘게 간직해야지 생각하지만, 갑자기 툭툭 등장하는 K의 모습에 꿈을 꾸기가 싫어진다. 언제든지 손을 내밀고 미소 짓는 K를 바라보며 나는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니 그때의 나로 돌아갈 이유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PJ, 너의 마음이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이냐며 되묻곤 하지만 마음은 아무런 답을 주지 않는다.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할지 멀리멀리 도망가기 위해서 다른 일에 집중해야 할지, 그냥 그대로 두고 인정해 주면 될지 알 수가 없다.


오늘도 PJ를 사로잡은 K의 기억은 마치 오늘일인 듯 생생하기만 하다.

PJ는 오늘도 생각한다.

'이제 그만 날 놓아줘. 아쉽지만 우리의 선택에 책임지자."


#소설 #연애소설 #추억

매거진의 이전글 꿈에서 만난 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