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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J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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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Sep 17. 2023

집착 그리고 절망

PJ의 마음 한편엔 늘 집착 아닌 집착이 남아있다.

아주 찐득하고 어두컴컴해서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방이다.

온전히 존중받지 못했고 외면당하고 답답하고 막막하고 차갑던 그 공기가 지금도 서늘하다.

그 방을 열어보면 마주하고 싶지 않은 순간들이 기다린다.


마주쳤지만 외면해야 했던 날들과 같은 공간에 숨 쉬고 있지만 투명인간처럼 살 수밖에 없던 그날들이 떠오르면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하늘은 파랗고 희망으로 설레었던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어느 순간 깜깜하고 걷힐 것 없는 먹구름으로 하늘이 보이지 않던 날들이 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돌아보면 사랑이라고 믿고 싶은 착각으로 가득 차 있는 날들이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인생의 조각들로 둘러싸여 그 무엇도 바로잡지 못했던 어그러진 날들이 눈앞을 흐리게 만든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의 순간들이 떠오르며 눈물만 흐르고 아무 말하지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만 부여잡던 날들이 떠오른다.

25년이 지난날들의 이야기가 지금도 눈앞의 현실처럼 생생하다. 사랑인 줄 알았던 거짓과 기만의 시간들이 까맣게 세상을 덮어버렸다.


‘설마 설마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며 다시 손 내밀고 다시 내쳐지면 다시 일어서서 다가가던 그날들의 덧없음에 현실은 냉정하다.


허상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 그림자가 다가올 때면 나를 버리고 간 주인을 기다리며 반가워하는 강아지처럼 외면하지 못한다.

무엇이 아쉬워서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리움의 끝에서 뛰어내리지 못할까?

명명백백 ‘남’이고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의 그림자를 붙잡고 놓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막말로 서로의 장례식장에도 갈 수 없는 유령과 같은 이 만남의 종지부를 찍지 못하는 이유는 무얼까?


이제 그만 슬프고 애처롭고 애틋하고 미화된 기억 속에서 방황하는 불쌍한 영혼을 밝은 태양 아래로 불러내어 냉정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PJ의 상처와 고통을 만들어낸 건 어쩌면 PJ 자신이다. 마약을 한번 입에 대면 끊지 못하는 사람처럼 고달픈 현실 속에서 신기루와 같은 허상을 놓아주지 못하는 PJ의 마음에 K는 그 누구도 아닌 PJ 자신이다.


애틋하고 아련하고 사랑스럽게 PJ를 바라봐주길 바라는 PJ의 그림자, 어떤 소용돌이 속에서도 PJ 곁에 머물러주는 PJ의 솔메이트이다.


스스로 만들어낸 허상이 진실인 줄 믿고 싶은 PJ의 열망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K를 만들고 그리움과 공허로 밀어 넣는다. 사실 그 어디에도 없는 K는 사랑을 갈구하는 PJ의 헛헛함인지도 모른다.


마음속에 큰 구멍을 그 무엇으로도 메울 수 없는 허망한 존재 PJ 는 생각한다.

‘그때는 너도 나도 어렸으니까 용서할게. 이제는 알만큼 다 아는 어른이니까 용서할 수 없어. 더 갈 곳 없는 벼랑 끝에 서기 전에 그만두자.‘

출처 : Puxabay


#심리소설 #마음읽기 #PJ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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