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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1 직장인 마음일기

일의 의미란

by 새나

나는 행복한 직장인으로 오랫동안 살아왔다. 어딜 가나 상사의 인정을 받았고 내 말엔 무게가 있었다.

처음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일을 해서 그런지 늘 기대에 부응하려는 노력을 하는 날 만나게 된다.


새로운 팀에서 다른 팀원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일의

해결사 역할을 하곤 했다. 어딜 가나 막혀있던 구멍을 뚫고 물길을 내고 시원하게 물을 흐르게 하곤 했다. 나도 모르게 나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자부심이 생겼고 나는 되게 하는 사람이라는 수식어로 스스로를 설명하곤 했다.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렇게 열심히 연구하며 일을 했으니 상사들이나 팀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혼자 남아서 공부하고 연구하며 일을 하곤 했다. 한 번도 ‘못 한다’는 말을 담은 적이 없다. 어떻게든 해내고 스스로 뿌듯해했다. 콘텐츠기획이라는 일 특성상 콘텐츠를 사용하는 사용자 입장에서 솔직하게 진심으로 객관성을 가지고 일하려고 늘 노력했다.


내가 만든 콘텐츠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했고 늘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콘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최소한 하나는 다르게 만들기 위하여 남들이 두 번 생각하고 할 일을 세 번 네 번 생각하고 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만든 콘텐츠들은 차별점을 가지고 만들어졌고 덕분에 호응도 좋았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처음엔 일이 재미있어서 신바람 나게 일했던 거 같다. 문서로 만든 기획안을 바탕으로 디자인이 나오고 개발이 들어가면 문서가 숨을 가지고 살아 숨 쉬게 된다.

교육용 디지털콘텐츠 기획자가 내가 하는 일의 이름이었다. 흔하지 않은 일이지만 나에게 업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디지털콘텐츠 프로젝트들이 주어졌고 나는 사용자를 생각하며 교육의 효과와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하여 수많은 야근을 해냈다. 아이들이 한참 자라는 시기라서 엄마와 남편이 아이들을 많이 돌보았다. 덕분에 나는 일에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가 있었다.


지금 돌아봐도 고맙다. 우리는 모두 건강했고 아이들도 일하는 엄마 빈자리를 스스로 채워가며 잘 자라주었다. 신나게 일하고 내가 만족하는 콘텐츠들을 만들며 인정받는 날들을 보냈다. 늘 프로젝트의 처음을 여는 역할을 했다. 첫 그림을 그리고 세상에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건강했고 열정이 있어서 가능했던 거 같다. 늘 변함없이 아이들을 돌봐주던 남편과 아이들이 아프거나 급할 때 달려와주던 엄마 덕분에 가능했다.


나에게 일의 의미는 자기만족이었던 거 같다. 고심하고 기획해서 만든 콘텐츠가 좋은 반응을 얻는 것으로 별을 보고 퇴근한 수많은 날들을 보상받곤 했다.


실무자로서는 일을 참 잘하는데 리더로서는 멋들어지게 자라지 못했다. 어쩌면 리더로서 내가 해내야 하는 역할들은 나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나 보다.

어릴 때부터 임원을 안 맡은 해가 없다시피 했는데 나는 사람을 리드하는 일에는 별 만족감을 느끼지 못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있는 일을 좋아하는데 리드하는 일은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다고 생각한 것도 있고 함께 일하는 이들을 이해시키고 설득해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 크게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동료나 후배에게 쏟을 에너지를 내가 성숙하고 발전하는 데 쓰고 싶었나 보다.


어떤 리더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 사람을 이용하기도 하는데 나는 그런 리더가 되고 싶지 않았다. 처음 입사했던 회사의 모토처럼 ’꿈의 실현을 돕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의 꿈은 리더로 영글기에 적합한 꿈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리더라는 자리가 가지는 무게와 희생이 탐탁지 않았다. 나는자리 욕심이나 명예욕이 없고 일만 잘되게 하는데 관심이 있는 순수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

사람을 생각하고 고심하고 대화하고 소통하며 함께 무언가를 이뤄가고 회사의 목표를 이뤄가는 일에 크게 관심이 없었다.


지금도 내가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을 참 싫어한다. 나 스스로 설득되지 않는 일에 성심을 다 하는 것이 잘되지 않는다. 마치 수학 문제를 푸는 기분이 든다. 나도 유시민처럼 운명적 문과이다. 수학의 답을 외워서 풀 수 있는 사람이다. 답이 있다면 답을 아는 사람한테 배워서 빠르게 성과를 내고 싶어 한다. 어쩌면 늘 빠르게 성과를 내는 일에 익숙해져 버려서 그런지도 모른다.


나에게 일의 의미란 성취하고 인정받는 수단이었던 걸까? 나는 무엇을 위하여 일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일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다.


요즘의 나는 무슨 생각을 하며 무엇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일까? 편찮으신 엄마를 보며 마음이 늘 무겁고 우울해서 의욕이 안 생기는 걸까? 이유를 찾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순간순간 살다 보면 오늘이 나의 삶에 어떤 의미인지 어렴풋이 느껴지는 날이 오려나…..



출처 : 픽사베이

인생질문

1. 일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2. 일을 하고 나면 어떤 기분이 드나요?

3. 10년 후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일 #직장인 #마음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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