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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PJ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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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나 Dec 29. 2023

세상을 모르는 PJ

이해타산적으로 살기

PJ는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일이 아니라면

최대한 상대방에게 맞춰주며 산다.

살면서 PJ가 가지게 된 삶의 방식은 양보였다.

중학교 때 부모님이 동생만 데리고 해외에 갈 때도 양보했다. 중 3이니까 공부해야 하니까 동생만 데리고 간다고 했을 때 그러시라고 했지만 무척 허전했다.

K 장녀인 PJ는 무력했다. 차마 “나도 가고 싶다”는 속내를 그 누구에게도 비치지 못했다.

그 일이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다.


아들 중심의 가정 운영에 익숙했고 말해도 내 뜻을 안 들어줄 거라고 생각해서인지 정확하게 의사표현을 하지

않았다. 수많은 시도를 해 보았으나 엄마가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아노 대신 미술을 배우고 싶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태권도와 수영도 배우고 싶었지만 들어주지 않았다.

PJ는 문제집을 풀고 책을 읽고 피아노를 배웠다.

엄마가 PJ에게 허락한 것은 그게 전부였다.


남동생은 미술학원도 다니다 말고 태권노 학원도 다니다

말고 주산학원도 다니다 말았다. 엄마는 그 모든 것을 허했다. 남동생이 원하는 건 다 들어주는 것처럼 보였다.

PJ의 시선으론 그랬다. PJ가 원하는 건 모두 거절되었다. 그래서 PJ는 누군가의 기대에 맞추어 사는 것에 길들여졌다. 공부를 잘하면 학교에서 인정받아서 기분이 좋아졌고

새로운 배움이 즐거워서 중학교까지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다.


공부를 잘하고 임원도 매년 되어서 엄마는 PJ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임원 엄마 역할에 충실했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PJ에게 큰 외로움이 있었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살고 보고 싶어 하는 모습만 보여주기 위하여 노력하다 보니 혼자 있을 때는 표정이 없는 아이가 되었다. 고달프고 피곤하고 힘들어도 표현하지 못하다 보니 지쳐갔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빠르게 간파했고 상대가 원하는 역할에 부응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래야 잔소리를 들을 필요도 없고 믿고 알아서 하도록 두기 때문이기도 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 보다는 엄마 아빠나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원하는 것에 최대한 맞추며 사느라 에너지를 많이 쓴 거 같다. 그래야 PJ를 귀찮게 안 하고 소속감을 가지고 인정받으면서 살아갈 수 있어서였을까?


PJ의 이해보다는 타인의 이해에 집중했던 세월이 PJ를 얼마나 갉아먹었는지 시간이 지나고 보니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의 요구에 맞추며 사는 건 정말 사람을 지치게 한다.


PJ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돌보고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못해서 지치다 보니 결국 번아웃이 오게 된다.

PJ가 내 삶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이해타산적이지 못했던 PJ는 대하기 편한 사람, 사회에 순응적인 삶에 지치기 시작했다. 혼자 있을 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표정 없이 걷고 쉬려고 했던 것이 중학교 때부터였던 거 같다.


어떤 선택을 할 때 PJ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먼저 고려하기보다는 모두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먼저 고려하다 보니 지쳤다. 삶이 참 고단하다고 피곤하다는 생각을 했다.

전형적인 착한 아이 콤플렉스였던 거 같다.

PJ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착한 아이여야 남들 입에 오르내리지도 않을 것이고

알아서 잘해야 부모님 잔소리도 안 들을 수 있으니

PJ는 최대한 다른 사람의 요구에 맞추며 살았다.


40이 넘어서야 PJ는 생각한다.

이해타산적일 필요가 있다고. 이해타산적이지 않으면 내가 무언가를 잃으면서도 무언가를 잃었는지 모른다고.


이해타산적은 이기적인과 동일한 의미를 가진 말이 아니다. 정당하고 합리적으로 나에게 이로운지 해로운지를 헤아린다는 의미이다. PJ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하고 남의 입에 오르내리지 말아야 하고 이왕이면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들어야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으며 우선 남에게 피해 주지 않는다면 ’나에게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걸 40이 넘어서야 알았다.


남에게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하여 나 자신을 버려둔 수많은 날이 PJ를 갉아먹고 있었음을 40이 넘어서라도 알게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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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세상살이 #소설 #이해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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