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하임체스터 투병기]
도저히 끝날 기미가 안보이는 황달 증상은 2주차에 이르게 되었다. 도무지 좋아질 기미가 안보이는 황달 증상은 도무지 원인을 알 수 없었고 담당 교수님은 나에게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하였다.
'PET CT' 검사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촬영하는 정밀 CT 검사다. 검사는 사전에 1시간정도 대기실에서 잠시 쉬었다가, 검사실로 들어와서 조영제라는 약물이 혈관을 타고 들어와 전신으로 퍼지고, 그 상태에서 동굴처럼 생긴 거대한 기계에 누워 있는 채로 들어가서 빠르면 15분 이내, 늦으면 30분 정도 검사가 완료된다.
이 조영제라는 약물은 알러지가 심한 사람에게 부작용이 있는 약물인데, 나는 다행히도 약물에 대한 알러지는 없었지만 약간의 부작용으로 몸에 퍼지는 순간 전신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드는 약간 신기한 경험을 했다. 그리고 PET CT를 촬영하는 동안 거의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하는데 이게 정말 쉽지 않았다. 자주 숨을 참게 지시받는데 그게 좀 불편한 것 빼고는 특별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다만 폐쇄공포증이 있는 분들은 힘든 시간이 될 수도 있겠더라.)
나의 담당 교수님은 두 분이 계셨는데, 혈액종양내과와 류마티스내과 두 분 교수님께서 협진을 도와주셨다. 입원 중 어느날 갑자기 류마티스내과 교수님이 허겁지겁 나를 찾아오셨는데 나에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류마티스 교수 : "황달 수치가 줄어들지 않는게 아무래도 다른 큰 질병이 의심되는데.. 다시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쓰는게 좋겠습니다." (당시 스테로이드 중단 상황)
나 : "스테로이드를 먹는 방법 밖에 없을까요? 문페이스, 탈모 같은 부작용 때문에 먹고 싶지 않아서요.."
류마티스 교수 :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그런 부작용은 고려 대상이 아닙니다. 사는게 먼저죠. 여차하면 항암제를 시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선택지 따위는 없었다. 살려면 고용량 스테로이드 복용은 고사하고 항암제를 써야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눈 앞이 깜깜했다. 좋은 약일수록 독한게 사실인데 스테로이드는 그나마 양반이라고 생각한다. 암병동에 잠시라도 와본 사람이라면, 항암제를 두려워 할 수밖에 없을텐데 나는 이미 암병동에 2주나 체류해 있었으니 그 두려움은 오죽하겠는가.. (암병동 환자와 보호자분들은 정말 정신력이 대단하시고 리스펙하게 된다. 그곳에서 나의 질병이나 황달 따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고용량 스테로이드를 시작하게 된 후 얼마지나지 않아 PET CT 결과와 함께 혈액종양내과 교수님에게 내 생애 가장 낯설고 무서운 답변을 듣게 되었다.
혈액종양내과 교수 : "PET CT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명확한 원인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암의 일종으로 예측되는데 원인불명의 암때문에 황달 수치가 줄어들지 않는듯 합니다.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나 : "..."
혈액종양내과 교수 : "혹시 내일 보호자를 모셔오실 수 있으실까요?"
보통 병원에서 말하는 "예후가 좋지 않다."는 말은 내가 알아보기로 남은 기간(약 6개월 내)이 얼마 남지 않을때 쓰는 돌려서 쓰는 표현이라고 인터넷에서 봤다. 당시 교수님께서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으로 표현 하신건 아니었을지 모르겠으나, 당시 교수님의 진지한 말투와 표정에 나는 당시에 "예후가 좋지 않다."라는 말을 진지하게 들었고 잠시나마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지까지 고민했었다.
다음날 건국대학교 병원에 찾아 오신 부모님과 함께 혈액종양내과 교수님과의 면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에드하임체스터 투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