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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푹자는게소원 Jul 07. 2024

통풍 넌 또 왜...

[에드하임체스터 투병기]

내 나이 서른 중반 정도 되면 통풍이 얼마나 무서운 질병인지 주변에서 자주 듣게 된다 

귀족의 병이라는 별명답게 맛있는 고기, 맥주, 등 푸른 생선을 자주 먹으면 요산 수치가 올라가서 다리가 붓고 발가락에 요산이 쌓여 걷기도 힘든 지경에 이르며 한 번 걸리면 평생 약을 먹으며 조절해야 한다고 익히 들었다 (건강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다 보니 건강에 대한 지식이 늘었다) 


골수부전과 루푸스로 추정되는 진단을 받아 고용량 스테로이드 약을 처방받아먹고 꾸준히 외래 진료를 받으면서 점차 수치(적혈구/백혈구/혈소판)가 회복이 되고 있는 시점인 1년이 지날 무렵, 원인을 알 수 없이 갑자기 다리와 발등이 심하게 붓기 시작했다 


정강이 뼈를 엄지로 꾹 누르면 스펀지처럼 푹 들어가는 느낌과 함께 움푹 파였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4~5초가 걸렸고 평소에 잘 맞던 운동화와 슬리퍼가 꽉 끼는 현상이 발생된 것이다


당시에는 해당 증상이 골수부전이나 루푸스와는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동네 가까운 가정의학과 의원에 방문했으나 뚜렷하게 원인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했고 그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소극적으로 며칠간 방관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일요일로 기억되는 날에 급작스럽게 다리 통증이 시작되었다 

통증을 0~10점 점수로 표현하자면 거의 9에 가까운 통증이었다 살면서 처음 겪어보는 통증으로 누군가 내 다리를 도끼로 찍는 듯한 아픔이 시작된 것이다 낮에는 조금 잠잠하여 5 정도의 중간 통증이라면, 밤에 통증이 9까지 최대한 치솓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내 머릿속에는 백 프로 통풍이 왔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는데 너무 아픈 나머지 새벽에 소리까지 지르고 말았다 골수 검사도 잘 참아냈는데 이건 도저히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당시 나에겐 정형외과가 간절했다 


그렇게 새벽을 고통으로 지새우고 나서 월요일 아침에 서둘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정형외과의원을 찾아갔다 당시에 칼바람이 부는 한 겨울이었음에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다리 통증이 심각했다 


방문한 정형외과 의사 또한 나의 증상을 통풍이 의심된다는 전제로 기본적인 채혈을 통한 피검사 그리고 엑스레이 촬영을 진행하였는데, 요산 수치가 상당히 올랐다며 통풍으로 확진을 내려주었다 

그리고 통풍 조절제 처방과 진통 주사를 놔주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극심하던 고통이 10분 내로 사라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당장의 고통은 해방되었지만 통풍이라는 질병이 꽤나 식단에 영향을 많이 주는 녀석이다 보니 요산수치가 높은 음식은 거의 먹을 수 없다는 두 번째 고민거리가 생기게 됐다 비흡연자에 술을 거의 하지 않는 나로선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풀다 보니 원하는 고기나 치킨 등을 먹지 못한다는 점이 너무 괴롭게 느껴졌다 


그렇게 통풍에 적응해 가던 한 달이 지날 무렵, 통풍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류마티스 외래 일정에 따라 교수님을 뵙는데 통풍일리가 없다고 뼈 스캔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싶었는데 진짜로 통풍이 아니었다 요산수치도 사실 그렇게 높지 않은데 그렇게 심각한 고통이 올 수가 없다고 하셨고 뼈 스캔 결과 요산이 쌓인 것이 유의미하게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리 전체가 아프고 부었던 건 골수부전이나 루푸스에 의해 다리뼈 쪽으로 공격을 받았던 것이고, 고통에서 해방된 것은 통풍 약이 아니라 단순히 진통제로 조절이 되었을 뿐 통풍은 아니었던 것이다 


당시 나의 심경은 최악의 병이라고 생각했던 통풍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기뻤지만, 한 편으로는 어떤 합병증이 나타나도 쉽게 잡을 수 없고 언제 어느 순간 나타날지 예측도 불가능하다는 점에 매우 씁쓸하고도 두려웠다.


[에드하임체스터 투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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