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먹으면 손해지
내가 톡토로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하고 싶은 것
공통 주제로 글쓰는 것은 처음인데, 주제가 혹한다. 하지만 내 평소 삶을 돌아보자면 추천하고 싶은 것은 저처럼 살지 마세요.... 이런 것만 생각이 난다. 나 뭐가 문제지?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추천해야 할텐데, 난 내가 하지 않았으면 좋은 일만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음주, 늦잠, 드라마 몰아보기, 쇼츠 보기. 정말이지 유혹의 시대다. 남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그래도 내가 하는 일 중에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자면 차를 마시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는 일 아닐까. 하지만 좀 재미없다. 글쓰기, 운동, 미라클 모닝 이런 멋들어진 것을 추천하고 싶다. 막 이렇던 제가 다시 태어났습니다, 외치고 싶다. 이거 좀 인스타식 보여주기 삶을 너무 많이 봐서 뇌가 절여진 거 아닐까. 나 지금 이 문장 쓰고 머리가 맑아졌다. 커피 두잔째 마시고 있어서 그런거일 수도 있다.(투썸 아로마노트가 카페인이 더 높더라. 그거 마시는 중) 인스타가 현재의 삶을 망가뜨린다는 건 정말 숨쉬듯 모두가 이야기하고 있고 당연히 동의했는데, 그게 나한테도 해당되는 말인줄은 몰랐다. 난 인스타 인플루언서랑 내 삶을 비교한 적이 하나도 없다고 생각했고, 그 삶이 보여주기니까, 근데 보여주기하는 것도 부지런한 거라서 부럽다 이런식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랑 해당없는 이야기인줄 알았다. 내가 게으른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그걸 보고만 있는 내가 조금씩 싫어졌던 것이었다. 어쩐지 난 쇼츠로 아이돌 댄스챌린지와 음식만 본다고 생각했는데, 인스타 돋보기에선 온통 이렇게 살뺐다만 뜨더라고. 나보다 나를 인스타가 잘 안다. 히익일세히익이야.
이래서 사람은 글을 써야 한다. 생각은 안개같아서 부피가 크고 머릿속을 가득 채워버린다. 하지만 그걸 글로 적는다? 그거 한줄짜리다. 적어놓고 보면 뭣도 아니다. 괜히 안개에 사로잡혀서 느낌적인 느낌, 기분대로 살지 말자. 하지만 늘 느껴도 안쓰는 게 사람이다. 아니 나다.. 다 그런 건 아닐테니.
그래서 내가 뭘 추천하고 싶냐면, 그것은 글쓰기는 아니고. 아 술추천이나 할까. 그거 잘하는데.... 술을 피해보자면, 오늘 기분으로는 제철 음식 먹기를 추천하고 싶다. 내가 어제 산나물 축제에 다녀왔기 때문에 자신있게 쓸 수 있다. 쓰자면 제철 음식의 맛과 영양을 찬양한 다음 기후 위기로 제철을 잃어가는 현실을 슬퍼하며 각성하자는 글을 쓰면 되겠지 싶다. 하지만, 어디 출품할 것도 아니고 내키는대로 써 보겠다.
제철 음식은 제철이 아니면 먹을 수 없다. 당연하다 제철 음식이니까. 시간은 흐르고 새로운 제철이 막 탄생하고 깜박 시간이 지나면 제철이 아니 게 된다. 타이밍이 아주 중요한 것이다. 그러니 그걸 챙겨 먹는 것에 성공하는 것은 소소한 뽑기에 당첨되는 것 같은 기쁨이 있다.
봄은 누가 뭐래도 봄나물이다. 예전에는 도다리 쑥국 같은 것에 환장하고, 봄 멍게 같은 것에 초조해하곤 했는데, 이제는 큰 거 한 방보다 소소하게 먹고 살고 싶다. 봄나물의 최고는 누가 뭐래도 두릅일 것이다. 값도 최고 모양도 최고, 보관도 최고 어렵다. 가시가 있어 손질하기도 만만치 않다. 손질의 최고봉은 아무래도 냉이겠지만. 이사오기 전 동네에는 로컬푸드가 있어서 봄나물을 소량씩 사기 용이했다. 부지깽이, 방풍나물, 냉이, 달래 같은 것이 매일 쌓여있었다. 두릅이니 엄나무순이니 가죽나물도 있었다. 부지깽이는 울릉도에서 나온 취나물이다. 가죽나물은 장떡을 해먹으면 맛있고, 두릅은 초밥을 해먹으면 맛있다. 초대리로 양념한 밥에 두릅을 올려 먹는 것이다. 아주 상큼하고, 두릅 향이 진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봄마다 앓이하는 것은 봄나물 튀김이다. 두릅튀김, 냉이튀김 같은 것. 이런 건 사먹기가 쉽지 않다. 어디 오마카세라도 가야지 얻어먹을 판이다. 튀김은 역시 일식이니까. 집에서 하자니 기름냄새에 질려 튀김맛이 덜하고, 사먹을 곳은 없고, 햇님님의 방송에서 대리만족을 해야했는데, 난 그 답을 어제 알게 되었다. 답은 산나물 축제다. 산나물 튀김 한접시를 무려 만원에 만날 수 있다. 하지만 곤드레 튀김은 별로였다. 곤드레.. 사실 곤드레밥도 잘 모르겠다 난 시래기가 더 맛있다. 아무튼 난 산나물 튀김을 먹기 위해 2시간 반을 달렸고, 만족스러웠다. 맥주도 3천원이었다. 내 평생 손에 꼽을 만한 카스맛이었다. 그리고 눈개승마, 참나물, 곰취, 아스파라거스를 데리고 집에 왔는데 참나물 정말 마트맛이 아니다. 산나물 축제 강추합니다.
이제 여름을 써야 할텐데, 여름 제철 음식은 빙수 아닐까. 추가해서 수박 빙수로 먹자. 이건 덧붙일 것도 없다. 수박과 빙수의 조합이라니. 위험한 여름 음식으로는 미숫가루가 있다. 여러분 우유에 미숫가루 넣고 꿀타먹으면 정말 빠르게 살찝니다...
가을? 전어?
겨울? 방어?
적다보니 일본을 욕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이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하기 전에 미역을 대량 구매하면서 말린 모자반을 끼워 샀었다. 모자반은 제주에서 몸국을 끓이는 재료인데, 돼지뼈로 육수를 내고 모자반을 넣고 메밀가루 같은 것으로 걸쭉하게 만든 국이 몸국이다. 이거 겨울 제철 음식으로 추천합니다. 하지만 재료는 건모자반을 썼기 때문에 아무때나 만들 수 있긴 하다. 그렇지만 그 걸쭉한 국물이 겨울에 제격이다. 겨울아니면 식지도 않아서 입천장 데기 딱 좋을 것이다.
가을은 사과의 계절이겠다. 여러분 사과가 얼마나 많은 종류가 있는지 아십니까. 또 한번 로컬푸드를 광고하자면, 가을에 사과의 고장 로컬푸드에 방문해보시길 권한다. (여기까지 적다보니 추천은 로컬푸드인 것 같다. 봄에 로컬푸드가면 딸기도 종류별로 있다.) 아산에 하나로 마트 로컬푸드에 방문한 적 있는데, 정말 온갖 다양한 사과를 소량씩 파고 있다. 시나노 골드, 아리수, 감홍 등등 색마저 다양한 사과들을 한 번에 살 수 있었다. 이거 요즘 SSG에서 두개씩 넣고 엄청 비싸게 파는 거 아시나요. 로컬푸드로 가서 셀프로 만들면 같은 가격으로 세배는 될 것 같습니다.
아 역시 먹는 이야기가 세상에서 제일 재밌다. 담주부터 먹는 이야기로 연재하겠습니다. 먹는 이야기+아는 척 콤보는 정말 강력하네요. 해야할 일 미루기까지 더해지면 최강최강.
사는 거 40년 가까이 하다보니 매일이 매일 같을 때, 우리 주말에 뭐먹지 기대하며 버텨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