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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카미노 Jul 12. 2024

내리막은 달려야 제맛

폰세바돈부터 폰페라다까지

아침밥은 양 조절을 위해 늘 쓰는 접이식 그릇에 우선 담고 더 넓은 축구공 그릇에 부어줬다.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변한다. 남들과 동의하지 않아도 진정으로 사랑받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철의 십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례길의 하이라이트. 철의 십자가! 분명 도착했을 때 날씨가 꾸리꾸리했는데 사진을 찍으려 하니 하늘이 포토제닉하게 변했다. 

핫도그의 탄생

그리고 십자가를 떠나자마자 눈이 오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뭔가 신기하면서 믿기 어려웠다. 전날보다 슈가파우더를 넉넉하게 뿌려주셔서 제대로 된 핫도그를 볼 수 있었다. 

만하린

만하린에는 티베트 느낌의 카페가 있었는데 눈이랑 너무 잘 어울렸다. 카페인과 프로틴을 충전하고 빠르게 길을 나섰다. 더 기다려도 눈발이 약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카페인 효과로 눈이 이쁘게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진흙길이 등장했고...

크록스 러버의 최후

이리저리 피해 다녔지만 결국 웅덩이에 푸욱. 양말 속까지 축축해지니 오히려 편했다. 이보다 더 젖을 수 없어서 마음 놓고 첨벙첨벙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눈이 내리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머가 없는 순례자는 텅 빈 세상과 같다.'

오른쪽 시를 내가 다시 쓴다면 : Luca is my light.

루카 롱다리처럼 찍어주기 성공. 

참, 우리 순례길 여행이 고프로코리아 블로그에 소개되기도 했다.

리에고 데 암브로스

리에고 데 암브로스부터 폰페라다까지 12km. 오른쪽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올렸더니 길이 험하다고 하셨다. 산티아고순례자협회 사이트에서도 오늘 여정의 내리막을 가파르다고 표현하긴 했다. 루카가 신나게 뛰어내려 가기도 했고 나는 열심히 쫓아가느라 길 상태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몰리나세까

젓가락으로 김치? 김치 못 먹는 1인이라 하나도 끌리지 않았다. 몰리나세까를 나올 때쯤 순례자 동상과 작은 분수가 있다.

템플 기사단의 성

마침내 도착한 폰페라다. 템플 기사단의 성은 입장료가 있어서 외부만 감상했다. 어차피 반려견은 출입이 안 된다. 

폰페라다의 한 매장 앞에 순례자를 위한 무료 간식이 있었다. 사과를 하나 집어먹고 걷다 보니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Hostal San Miguel

여기는 부킹닷컴에는 반려견 불가라고 나와서 전화로 따로 예약을 했다. 영어를 못하셔서 스페인어로 어찌저찌... 리셉션에서 결제를 할 때 인원을 적는 칸이 있는데 루카까지 하면 두 명 아니냐며 농담도 하시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Hostal San Miguel
주소 : C. Juan de Lama, 14, 24400 Ponferrada, León
사이트: https://www.booking.com/Share-jjEAr1
비용(24년4월) : 더블룸 €39, 반려견 추가요금 €0

이제 스페인어로 전화 예약도 성공하고 많이 발전했다. 문자만 가능한 유심도 있는데 만약 반려견이랑 다닌다면 통화 기능 필수. 규정상 안된다는 곳도 문을 두드리면 열릴 때가 있다.


더 생생한 기록은 아래 영상에서 4K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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