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세바돈부터 폰페라다까지
아침밥은 양 조절을 위해 늘 쓰는 접이식 그릇에 우선 담고 더 넓은 축구공 그릇에 부어줬다.
괜찮다고 말할 때마다 현실에 대한 인식이 변한다. 남들과 동의하지 않아도 진정으로 사랑받을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례길의 하이라이트. 철의 십자가! 분명 도착했을 때 날씨가 꾸리꾸리했는데 사진을 찍으려 하니 하늘이 포토제닉하게 변했다.
그리고 십자가를 떠나자마자 눈이 오기 시작했다. 타이밍이 뭔가 신기하면서 믿기 어려웠다. 전날보다 슈가파우더를 넉넉하게 뿌려주셔서 제대로 된 핫도그를 볼 수 있었다.
만하린에는 티베트 느낌의 카페가 있었는데 눈이랑 너무 잘 어울렸다. 카페인과 프로틴을 충전하고 빠르게 길을 나섰다. 더 기다려도 눈발이 약해지지 않을 것 같았다.
카페인 효과로 눈이 이쁘게 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곧 진흙길이 등장했고...
이리저리 피해 다녔지만 결국 웅덩이에 푸욱. 양말 속까지 축축해지니 오히려 편했다. 이보다 더 젖을 수 없어서 마음 놓고 첨벙첨벙 다니게 되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 눈이 내리다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파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유머가 없는 순례자는 텅 빈 세상과 같다.'
오른쪽 시를 내가 다시 쓴다면 : Luca is my light.
루카 롱다리처럼 찍어주기 성공.
참, 우리 순례길 여행이 고프로코리아 블로그에 소개되기도 했다.
리에고 데 암브로스부터 폰페라다까지 12km. 오른쪽 사진을 가족 단톡방에 올렸더니 길이 험하다고 하셨다. 산티아고순례자협회 사이트에서도 오늘 여정의 내리막을 가파르다고 표현하긴 했다. 루카가 신나게 뛰어내려 가기도 했고 나는 열심히 쫓아가느라 길 상태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젓가락으로 김치? 김치 못 먹는 1인이라 하나도 끌리지 않았다. 몰리나세까를 나올 때쯤 순례자 동상과 작은 분수가 있다.
마침내 도착한 폰페라다. 템플 기사단의 성은 입장료가 있어서 외부만 감상했다. 어차피 반려견은 출입이 안 된다.
폰페라다의 한 매장 앞에 순례자를 위한 무료 간식이 있었다. 사과를 하나 집어먹고 걷다 보니 어느새 숙소에 도착했다.
여기는 부킹닷컴에는 반려견 불가라고 나와서 전화로 따로 예약을 했다. 영어를 못하셔서 스페인어로 어찌저찌... 리셉션에서 결제를 할 때 인원을 적는 칸이 있는데 루카까지 하면 두 명 아니냐며 농담도 하시고 강아지를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Hostal San Miguel
주소 : C. Juan de Lama, 14, 24400 Ponferrada, León
사이트: https://www.booking.com/Share-jjEAr1
비용(24년4월) : 더블룸 €39, 반려견 추가요금 €0
이제 스페인어로 전화 예약도 성공하고 많이 발전했다. 문자만 가능한 유심도 있는데 만약 반려견이랑 다닌다면 통화 기능 필수. 규정상 안된다는 곳도 문을 두드리면 열릴 때가 있다.
더 생생한 기록은 아래 영상에서 4K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