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페라다부터 비야프랑까까지
아침에 따뜻한 커피를 마시려 했으나 자판기 작동 실패. 옆에 있던 캔음료 자판기로 아이스커피를 뽑아 마셨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도 카페인 수혈 중이다.
폰페라다를 떠나며 본 24시간 약국이 신기해서 찍어봤다. 순례자들이 메인 대상인지 모르겠는데 오전 7시 조금 전에 손님이 있었다. 현지 약국은 비싸서 가능하면 약은 한국에서 갖고 오는 게 좋다.
2년 전 자동차로 왔던 곳을 이제 걷게 되는구나. 루카는 그때 그대로다. 아니, 내 눈에는 지금이 더 베이비페이스. 여섯 살을 사람 나이로 환산하면 나보다 나이가 많다. 앞으로도 같이 여행을 하겠지만 이런 빡센 코스는 힘들겠지.
첫 번째 마을인 꼴룸브리아노스를 지났다. 사실 이쯤 되니 다 거기가 거기처럼 보여서 사진 위치 정보로 구분하고 있다.
마트 앞에 도그파킹 공간이 있으면 확실히 편하다. 없을 때는 리드줄을 나무나 벤치에 묶어두는데 뭔가 조급해져서 사려던 걸 빠뜨리기도 한다.
올림픽 상징을 보고 개최지인가? 생각을 했는데 스페인 역도선수 Lydia Valentín의 고향이더라. 나랑 동갑인데 올림픽 메달이 3개나..! 지금은 은퇴했다고 한다.
까까벨로스라는 마을의 산따 마리아 데 라 쁠라 성당.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16세기에 재건된 건물이다.
낀따 안구스띠아스 성당 앞에서 루카는 또 사진 요청을 받았다. 도지코인 효과로 외국인 사이에 시바라는 견종이 생소하지 않다. 영화 '하치 이야기'에 나온 아키타인지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셨다.
순례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림 같은 풍경.
타이머 설정을 하고 사진을 찍고 있는데 새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결과물을 보니 루카도 똑같이 새에 집중하고 있네. 엄마 말로는 우리 둘 다 똥폼 잡고 있다고.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에 도착하니 빨리 체크인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멋진 건물들을 제대로 감상하지 않고 지나갔다. 짐을 내려놓고 또 나오면 되니까. 하지만 빨래 & 샤워를 하고 나면 침대와 한 몸이 될 때가 더 많다.
왼쪽 사진의 산 니꼴라스 엘 레알 수도원은 현재 자연사 박물관이라고 한다. 소주, 튀김우동, 신라면 등 한국에서도 안 먹는 것들을 이곳 슈퍼에서 만나게 되었다.
여기는 부부가 운영하는 숙소인데 개인적으로 알베르게 중 탑이라 생각한다. 순례자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한 공간이다. 게다가 반려견 추가요금도 없다.
사장님도 강아지가 있다고 하시면서 루카를 사랑스럽게 바라봐주셨다.
커피와 차는 무료, 조식은 €4를 추가 지불하면 비닐봉지에 담아 문 앞에 걸어주신다. 구성은 햄&치즈 샌드위치, 카스텔라, 과일(바나나 또는 오렌지), 마시는 요구르트.
로비에서부터 루카 방석을 깔아주시고 너무 친절하셨다. 세탁+건조가 €6로 다른 알베르게보다 저렴했다.
방에 딸린 미니 테라스에 건조대가 있고, 데스크가 있어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Albergue de la Piedra
주소 : C. Espíritu Santo, 14, 24500 Villafranca del Bierzo, León
사이트: https://alberguedelapiedra.com
비용(24년4월) : 개인실 €34, 반려견 추가요금 €0, 조식 €4
아까 성당 앞에서 루카랑 사진을 찍은 순례자가 선물해 주신 오렌지 하트. 자세히 보면 작은 가리비가 있다. 알베르게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한국 시를 발견했다.
그리고 샤워실 안에 안내문은 한글로만 되어 있어서 혹시 어글리코리안이 다녀갔었나... 조금 걱정이 되었다.
알베르게에 마사지기가 있는 건 처음 본다. 순례길 걸을 땐 마사지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 광고 많이 뜨는 풀리오는 왤케 궁금한지. 러닝 핑계로 사고 싶은데 집에 뭔가 들이는 걸 싫어해서 고민이 된다.
손빨래 후 탈수 서비스를 요청하니 5분 만에 다시 가져다주셨다. 내일은 뽀송뽀송한 옷을 입을 수 있겠다.
떠날 때는 간단한 메시지와 책갈피 선물을 남겼다. 비야프랑까 델 비에르소를 가신다면 Albergue de la Piedra 강추!
더 생생한 기록은 아래 영상에서 4K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