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ent night
우리는 이따금씩 함께 밤을 보내곤 했다. 둘 다 자취생은 아니었으므로, 그런 밤을 보내는 날들은 대개 낯선 장소에 있는 낯선 침대였다. 낯선 곳에서는 통 잠들지 못하는 너는, 내가 잠들어가는 모습을 지켜봤을 것이다. 이따금씩 그런 장면을 상상하면서, 혹시 내가 자다가 이를 갈거나 코를 골지는 않았을까 하는 민망한 마음에 얼굴이 붉어지는 때도 있었다.
나 혹시 어제 잘 때, 뭐 없었어?
없었는데.
다행이다.
응, 없었어. 드릉드릉 까득까득 말고는.
...짓궂은 사람 같으니.
사실 나는 오래도록 불면증을 앓아왔다. 어쩌다 겨우 잠들어도 배달 오토바이가 지나가는 소리나, 깜빡이는 창문 밖 가로등 불빛 때문에 금세 깨서 뒤척이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가끔은 수면유도제의 힘을 빌려서 억지로 잠을 청하기도 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을 때는 그냥 눈만 감고 바다 밑 해초가 된 것 같은 상상을 하며 흔들흔들 누워만 있기도 했다. 이렇게나 혼자서는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내가, 너와 함께 있는 날에는 어쩜 단 한 번도 깨지 않고 새근새근 잘만 잤는지. 그게 너무 신기해서, '나는 이 사람을 참 많이 좋아하는구나'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까 나는 내가 잠든 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잘 몰랐었다.
회사 일 때문에 신경이 쓰였던 탓인지, 다른 마음에 걸리는 무슨 일이 있었던 탓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선잠이 들어 깊게 잠들 수 없었던 밤이 있었다. 고요한 방에서 새근새근 잠든 너의 숨소리를 배경음악 삼아서 나는 또다시 해초가 되었다. 숨소리에 맞춰서 흔들흔들, 잠이 오기를 기도하던 밤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부스럭대는 소리와 함께, 누워있던 네가 갑자기 일어나서 주섬주섬 이불로 내 배를 감싸주고 다시 돌아눕는 것을 실눈 뜨고 가만히 바라보았다. 곧바로 새근새근 잠든 너의 숨소리가 들렸고, 나는 파도처럼 밀려오는 행복감에 오던 잠도 달아나서 남은 밤을 뜬 눈으로 지새웠었다.
연애할 때는 한 번도 크게 다퉈본 적 없던 우리가, 결혼을 준비하려니까 정말 별 걸 가지고 다 싸우는구나 싶을 만큼 투닥거리고 지치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이따금씩 너무나도 지칠 때면, 이대로 우리가 결혼을 해도 좋을지 좋지 않을지 모르겠을 때도 가끔은 있다. 그럴 때면 나는 그날의 따뜻한 행복감을 되새기고는 해. 너와 내가 결혼하고 난 뒤 어느 잠들기 힘든 여름날, 졸린 눈을 비비며 이불을 덮어주고 잠 덜 깬 손으로 나를 토닥여줄 너를 상상하기도 해. 그럼 아마 생각하겠지.
결혼하길 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