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앨범을 내리다가 멈췄다.
딱히 뭘 찾고 있던 건 아니었다. 그냥 누워서 멍하니 내리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모래밭이 나왔다. 2019년 2월이라고 되어 있었다. 어딘가 바닷가. 모래가 있고 사람들이 있고, 그중에 나도 있었는데 웃고 있었다.
7년 전이구나. 꽤 됐는데 별로 실감은 안 났다. 근데 기억이 없다. 누구랑 갔는지는 어렴풋이 안다. 그 시기에 어울리던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겨울 바다를 보러 가는데 어울려주는 사람들이라면 한 청승하는 사람들이었을 거다. 지금 다 어떻게 지내는지는 모른다. 연락이 왜 끊긴 건지, 처음부터 그렇게 친하긴 했던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근데 왜 거기 갔는지, 뭘 먹었는지, 돌아오는 버스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지. 그런 건 하나도 안 남아 있다. 잠깐 더 더듬어봤는데 안 됐다. 뭔가 나올 것 같은 느낌은 있는데, 막상 잡으려고 하면 없길래 굳이 더듬어서 뭐 하나 싶어 그만두었다.
옆으로 밀어보니 그날 찍은 사진이 열몇 장 있었다. 음식, 모래밭, 사람들, 나, 또 음식. 다 봤는데 아무것도 안 떠올랐다. 아, 회 먹었구나, 정도. 그것도 사진에 회가 있어서 아는 거지.
사람들 얼굴도 봤다. 이름이 하나도 안 떠올랐다. 한 명은 떠오를 것도 같았는데 확신이 없어서 그냥 넘겼다.
그 사람들도 내 이름은 잘 모르겠지. 아니면 이름은 아는데 얼굴이 흐릿하거나. 어쨌든 비슷한 것 같다.
다음 사진으로 넘기려다가 뭔가 어색해서 다시 돌아왔다.
사진 속 나는 꽤 밝은 표정이었다. 지금은 저런 얼굴을 잘 안 짓는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가, 그냥 해가 강해서 눈을 찡그린 거겠지 싶었다. 찡그린 게 웃는 것처럼 보이는 거, 사진이 다 그렇잖아.
아닌가.
어쨌든 그날은 뭔가 좋았겠지.
어색하다고 느낀 건, 저 사람이 나인 건 분명한데 낯설다는 거다. 같은 얼굴인데 다른 사람 같다. 그때의 나를 지금의 내가 모른다는 느낌이라고 하면 거창한가. 그냥 기억이 없는 것뿐인데.
그러고 보면 원래 내가 기억이 많은 편은 아니다. 뭘 먹었는지도 다음날이면 잘 까먹고, 누구를 만났는지도 한 달만 지나면 희미해진다. 근데 별로 불편하지 않은 것 같다. 불편했으면 벌써 어딘가에 뭔가를 적어뒀겠지.
7년 후에 지금 이 순간 사진을 보면 또 이러겠지. 뭘 하고 있었구나, 정도.
근데 저 사진은.
열몇 장 다 보고 나서 스크롤을 다시 올렸다. 최근 사진은 마트에서 찍었다. 주차 위치를 알기 쉽게 찍어둔 마트 주차장 기둥과, 그날 구매한 영수증. 그게 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