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우겐슈탕에

Laugenstange

by 이루체



딸랑.


어서 오세요.


거의 1년 만에 들른 카페다. 비가 와서 우산을 접어 입구에 세워뒀는데, 접는 게 서투른 건지 물이 뚝뚝 흘러서 바닥에 작은 웅덩이가 됐다. 아무도 신경 안 쓰겠지만 괜히 민망해서 발로 슬쩍 밀어봤다. 안 없어진다.


안쪽 테이블 배치가 조금 달라졌다. 창가 자리에 있던 2인 테이블이 없어지고 긴 원목 테이블이 놓여 있다. 메뉴판도 새로 바뀐 것 같은데, 그 외에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에스프레소 머신 돌아가는 소리, 원두 갈리는 냄새. 1년이 지나도 카페 안의 공기는 비슷하다.


쇼케이스 앞에 섰다. 구석에 라우겐슈탕에가 아직 있다. 여기 말고는 이걸 파는 데를 모른다.




처음 이 빵을 먹은 건 네가 권해서였다.


라우겐슈탕에 드셔보셨어요?


나는 단지 신기한 모양의 빵을 들여다보고 있었을 뿐인데, 하얀 제빵복을 입은 너는 대뜸 설명을 시작했다.


독일의 가정부가 프레즐 반죽을 실수로 잿물에 빠뜨린 걸 버리기 아까워서 구워 본 거라고 하더라구요.


잿물이면 양잿물을 말하는 건가. '실수로' 빠뜨린 거 맞나? '버리기 아까워서' 구운 것도 맞나? 그보다도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런 설명을 다짜고짜 들이미는 게 이해가 안 됐다. 나는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매력적인 빵인데, 인기가 없어서 빼야 하나 고민 중이에요. 괜찮으면 하나 드셔 보세요.


나는 낯선 친절에 익숙하지가 못하다. 어딘가 빚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 그냥 주겠다는 게 아니라 할인을 해주겠다고 했다. 원래 2천 원인데 천원에 주겠다며. 이렇게까지 권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좀 그래서 결국 받았다. 나는 거절에도 익숙하지 못하다. 어딘가 빚지는 느낌이 들어서 그렇다.


그날 자리에 앉아서 한 입 베어 물었을 때, 짭짤하고 퍽퍽하면서도 묘하게 쫄깃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뭔가 부족한 것 같으면서도 계속 손이 가는, 그런 빵이었다. 너는 카운터 너머에서 어때요, 하고 물었고, 나는 고개만 끄덕였던 것 같다. 맛있다고 말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난다.




하나 주세요.


처음 보는 직원이 집게로 빵을 집어 봉투에 넣어준다. 2천 원. 카운터 너머로 주방이 살짝 보이는데 제빵복을 입은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안 보이는 게 당연한 건데 괜히 한 번 더 보게 된다.


자리에 앉아 한 입 베어 문다. 짭짤하고 퍽퍽하다. 밀도가 있다. 1년 전이랑 같은 맛인데. 그때도 비가 왔었나. 아마 안 왔던 것 같다. 그런 건 기억이 안 나면서 천원이라는 숫자는 선명하다. 할인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너의 마음이었는지는 이제 와서 알 수가 없다.


바깥에는 비가 내리고 있다. 우산을 세워둔 자리에 아까 그 웅덩이는 아직 있을 거다. 빵을 한 입 더 베어 문다. 자극적이지 않아서 계속 먹을 수 있는 맛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은 왠지 목이 멘다. 커피라도 같이 시킬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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