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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 현 Nov 14. 2023

그 남자의 행방이 묘연 (猫緣)하다 -2-

이 녀석의 이름은 ‘시루’

네 마리의 고양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우려와는 다르게 녀석은 집에 온 순간부터 바로 적응했다. 내 방 침대에 올려놔 전기장판을 켜주자 녀석은 쭉 늘어져서 가르릉 거리며 잠을 자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고양이라면 빽빽 울거나 구석에 숨기 마련인데 이 녀석은 의외였다. 내가 들고 온 시루떡이 자기들 간식인 줄 알았던지 집에 있던 네 마리의 고양이들은 내방 입구를 갸웃거렸다. 사교성이 가장 좋은 치즈냥이 ‘쪼꼬’를 제외한 나머지 녀석들은 먹을게 아니라 실망한 모양인지 본래 자기들이 눕던 위치로 돌아가 버렸다. 쪼꼬는 처음 보는 새끼냥이가 그저 귀엽고 신기했던지 꼬리를 흔들며 요리조리 따라다녔다. 질색하며 도망 다닌 건 시루떡이었다. 이름을 뭐로 지을 지를 한참 동안 고민하다 내가 동경하는 지인의 이름을 약간 변형시켜 ‘지아’로 지었다가 너무 사람이름 같다는 생각에 녀석의 털 색깔이 팥시루떡 같이 생거서 ‘시루’라고 지었다. 아직 어려서 성별 분간은 어렵지만 매점 주인아주머니한테 듣기로, 나이는 생후 1개월이 조금 넘었고 여자아이라고 한다. 내가 시루를 안고 가자 평소 먹이시던 사료를 봉지채로 주시면서 ‘공주님 시집가네~부럽다. 잘 지내~‘라고 하시던 아주머니 목소리가 기억난다. 집에 이틀정도 데리고 있다 보니 아주머니가 왜 사료를 봉지채로 주신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 녀석 진짜 잘 먹는다. 어떻게 저 작은 체구에 저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지 저 조그마한 몸이 다른 차원으로 연결된 통로 같았다.

제 몸보다 더 큰 사료통에 통째로 들어가 와구와구 먹는 모습을 보자니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생각보다 적응을 잘한다. 낯가림은 있었지만 불과 이틀 만에 집안 전체를 우다다 뛰어다니며 자기에게 관심 가져준 쪼꼬와 술래잡기를 하며 한 침대에 누워 잠을 잔다. 3살짜리 수컷 고양이 쪼꼬에게는 귀여운 조카가 생긴 기분일 거다. 내가 일하러 밖에 나간 동안에는 뭘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내가 집에 들어오면 녀석은 내가 신발을 벗기도 전에 현관으로 달려 나와 앵앵 거리며 반긴다. 내가 샤워를 하고 있으면 들어오고, 잠을 자러 누우면 침대 옆에 놓아둔 계단을 타고 아장아장 올라와 내 옆에 드러누워 같이 잔다. 집에 일찍 들어올 이유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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