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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케테 Feb 20. 2024

 죽음과 관련한 낱말들

한 사람의 죽음에 그저 그렇게 '사망'이라고만 한다면, 고인의 삶에 대해 너무나 무정하게 말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죽음을 뜻하는 다른 말들을 알아보았습니다. 정리하다 보니, 죽음에도 '급'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드네요.


영면(永眠) 


영원히 잠든다는 뜻. '오랜 병환 끝에 영면하셨다' 등으로 힘든 삶을 버티다가 편안한 잠에 빠졌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서거(逝去) 


갈 '서'와 갈 '거'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어떻게 해서 대통령 같은 정치지도자나 종교 지도자, 위대한 예술가 등 비범한 인물의 죽음에 쓰게 되었을까요? 죽음을 뜻하는 다른 단어들에 비해서 '주체성'이 내포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세상과 이별하고, 잠에 들고, 고인이 된 것이 아니라, 때가 되었기에 스스로가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넘어갔다는 의미이기에 가장 높은 사람에 쓰이는 단어가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타계(他界)


다른 세계. '서거'와 같이 주체적으로 움직인 느낌은 아니지만, 이 세상에서 쫓겨난 느낌이 없어요. '눈을 감았다가 떴더니 다른 세상에 와 있더라'라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서거'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사회에 적잖은 기여를 했거나, 어느 정도 지명도가 있는 인물에 쓰입니다.


별세(別世) 


세상을 떠났다는 의미로, 세상으로부터 쫓겨났다는 느낌이 있네요. 서거, 타계 정도는 아니지만, 윗사람에게 사용합니다.


작고(作故) 


고인이 되었다는 뜻이에요. 움직임 느낌없네요. '故'자는 해당 인물에게 각별한 관심이 반영된 경우 앞에 두기 때문에, '작고'라는 말도 사람의 죽음을 높이는 말이 되었어요.


사망(死亡)


죽고, 망하고. 죽음을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단어로, 가장 행정적이고 사무적인 용어입니다. 사람에게만 쓸 수 있어요.


운명(殞命)


죽을 '운'자에서 員자가 들어있는 것은, '나뭇잎이 말라서 오그라들다가 떨어진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즉, 殞자는 '기운이 다하여 죽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요. 목숨 '명'자는 명령하다는 뜻도 있습니다. 우리의 목숨은 하늘이 명령하였기에 주어진 것인 거죠. 하늘의 명령으로 주어진 목숨이 기운이 다하 맞이한 죽음이 '운명'인 것입니다. 죽음의 이치를 담고 있기에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맞이하는 의사들이 주로 사용합니다.


'운명을 달리하다'는 틀린 표현입니다. '운명하다'가 맞아요. '이승과 저승을 달리하다'는 뜻의 '유명을 달리하다'라고 해야 맞는 표현입니다. (幽 : 그윽할 유, 어두울 유)




오늘 故 방실이님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17년의 투병 생활을 겪고 세상을 떠나신 거기에 저 세상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말고 편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영면'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어떨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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