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신념, 실패하면 고집

by 루케테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우리는 과정을 중시한다고 말한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과보다 노력이 가치 있다고 가르친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세상은 오직 결과로만 사람을 평가한다. 같은 행동이, 같은 결정이, 같은 신념이 성공하면 칭송받고 실패하면 비난받는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잔인한 진실이다.

스티브 잡스를 보자. 그는 완벽주의자였고, 독불장군이었으며, 직원들에게 가혹했다. 제품 하나하나에 집착했고, 자신의 비전을 절대 굽히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를 천재라고 부른다. 혁신가라고 칭송한다. 그의 고집스러운 완벽주의가 아이폰을 만들었고,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만약 아이폰이 실패했다면? 만약 애플이 무너졌다면? 사람들은 그를 독선적이고 융통성 없는 고집쟁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직원들을 혹사하고, 시장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아집에 가득 찬 사람이라고 비난했을 것이다.

성공하면 신념이고, 실패하면 고집이다. 같은 행동인데, 결과에 따라 평가가 180도 달라진다. 이것은 공정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과정은 사라지고 결과만 남는다


창업자가 있다. 그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아이디어에 모든 것을 걸었다. 주변 사람들은 만류했다. 안정적인 직장을 버리지 말라고, 가족을 생각하라고, 현실적으로 생각하라고 설득했다. 하지만 그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자신의 비전을 믿었고, 그것을 끝까지 밀어붙였다. 돈이 떨어져도, 팀원들이 떠나도, 실패가 반복되어도 포기하지 않았다.

만약 그가 성공한다면? 사람들은 그를 선구자라고 부를 것이다. "역시 신념이 있는 사람은 다르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간 용기가 대단하다." 언론은 그의 스토리를 다루고, 강연 요청이 쏟아지고, 사람들은 그를 롤모델로 삼는다. 그의 고집스러운 추진력이 신념으로 재탄생한다.

하지만 만약 그가 실패한다면? 사람들은 말한다. "그러게 말렸잖아. 주변 사람들 말을 들었어야지.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렸어. 가족 생각은 안 하고." 그의 신념은 무모함이 되고, 그의 추진력은 무책임함이 된다. 똑같은 행동인데, 결과에 따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다.

이것은 창업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운동선수가 부상을 무릅쓰고 경기에 나서서 이기면 투혼이 되지만, 지면 무리한 판단이 된다. 예술가가 대중의 취향을 거부하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고집해서 성공하면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이 되지만, 실패하면 시대를 읽지 못하는 완고함이 된다. 정치인이 소신을 굽히지 않고 밀어붙여서 성과를 내면 원칙 있는 지도자가 되지만, 실패하면 독선적인 독불장군이 된다.


신념과 고집의 경계는 어디인가


그렇다면 신념과 고집은 정말 같은 것인가. 행동하는 당사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 그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갈 뿐이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저 자신이 믿는 길을 걸어갈 뿐이다. 그 순간, 그것은 신념이다.

하지만 외부의 관찰자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성공한 후에는 신념으로 보이고, 실패한 후에는 고집으로 보인다. 관찰자는 결과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과를 알고 나면, 과정은 자동으로 재해석된다. 성공으로 이어진 과정은 합리적이고 훌륭했던 것으로 기억되고, 실패로 이어진 과정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재구성된다.

더 잔인한 것은, 당사자조차도 결과를 보고 나면 자신의 행동을 재평가한다는 점이다. 성공한 사람은 "내 신념을 끝까지 지킨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실패한 사람은 "내가 너무 고집을 부렸구나"라고 자책한다. 똑같은 행동이었는데, 결과에 따라 자기 평가마저 달라진다.


우리는 모두 사후 합리화의 포로다


인간은 사후 합리화의 천재다. 일어난 일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낸다. 성공한 기업의 CEO는 인터뷰에서 말한다. "저는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시장을 철저히 분석했고, 우리 제품의 차별성을 확신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아니면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운 좋게 성공했고, 이제 와서 그때의 불안과 혼란을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실패한 기업의 CEO는 말한다. "돌이켜보니 시장 분석이 부족했습니다. 제가 너무 제품에만 집착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에는 최선을 다했고, 합리적이라고 믿었던 것 아닌가? 단지 결과가 좋지 않았을 뿐인데, 모든 과정이 잘못되었던 것처럼 재해석된다.

우리는 모두 결과를 보고 나서 과정을 평가한다. 승리한 팀의 감독은 전략이 훌륭했다고 칭찬받고, 패배한 팀의 감독은 전략이 잘못되었다고 비난받는다. 똑같은 전략이라도 결과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히트 상품을 만든 디자이너는 시대를 앞서간 천재이고, 실패한 제품을 만든 디자이너는 소비자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이 된다. 같은 디자인 철학을 가지고 있었는데도.


그래서 우리는 결과에 집착한다


이것이 사람들이 결과에 집착하는 이유다. 과정이 아무리 훌륭해도, 결과가 나쁘면 모든 것이 부정된다. 반대로 과정이 엉망이어도,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것이 정당화된다. 스포츠에서 "승리가 모든 것을 덮는다"는 말이 있다. 기업에서는 "실적이 모든 것을 증명한다"고 한다. 예술에서는 "작품이 답이다"라고 말한다. 모두 같은 의미다. 결과가 전부라는 것.

그래서 사람들은 두려워한다. 자신의 신념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을. 만약 실패한다면, 그것은 신념이 아니라 고집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성공한다면 영웅이 되겠지만, 실패한다면 어리석은 사람이 된다. 이 두려움이 사람들을 주저하게 만든다. 안전한 선택을 하게 만든다. 대중의 의견을 따르게 만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위대한 성공은 대부분 이 두려움을 극복한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가능하다고 믿은 사람들, 안전한 길을 버리고 위험한 길을 선택한 사람들, 고집스럽게 자신의 비전을 밀어붙인 사람들. 그들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했다. 실패했다면 고집쟁이로 역사에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성공했고, 그래서 그들의 고집은 신념이 되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결과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의 행동이 신념이 될지 고집이 될지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어쩌면 답은 이것일지도 모른다.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밀고 나가는 것.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위험을 감수하는 것. 성공하면 신념이 되고 실패하면 고집이 될 것을 알면서도, 일단 시작하는 것.

스티브 잡스도, 성공한 창업자도, 위대한 예술가도 처음부터 자신이 성공할 줄 알았던 것은 아니다. 그들도 불안했고, 의심했고, 두려워했다. 하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그들은 성공했다. 그래서 그들의 고집은 신념이 되었고, 그들은 영웅이 되었다.

반대로 같은 방식으로 살았지만 실패한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똑같이 노력했고, 똑같이 믿었고, 똑같이 밀어붙였다. 하지만 운이 나빴고, 그들은 실패했다. 그래서 그들의 신념은 고집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들을 잊었다.


결과의 잔인함과 함께 살아가기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다. 공정하지 않고, 합리적이지 않고, 때로는 잔인하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이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25년 10월 1일 한화이글스 김경문 감독의 선택도 마찬가지였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신념을 따랐다. 김서현을 믿었고, 자신의 판단을 믿었다. 만약 성공했다면, 사람들은 그를 명장 중의 명장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흔들리는 선수를 끝까지 믿어준 감독의 신념이 빛났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실패했다. 그래서 그의 신념은 고집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를 비난한다.

우리는 모두 결과를 알 수 없는 선택의 순간에 서 있다. 우리의 행동이 신념이 될지, 고집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단지 결과가 그것을 결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하는 것. 그리고 결과가 어떻든, 그 선택을 한 자신을 부정하지 않는 것. 성공하면 신념이라고 자축하고, 실패하면 고집이었다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

이것이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세상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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