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금쪽같은 내 새끼' 프로그램에서 금쪽이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눈망울도 또렷또렷하고 너무나 귀여운 아이였어요. 하지만, 인터뷰를 보면서 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금쪽아 안녕~"
"안녕~ 저 코끼리는 뭐야~?'
"금쪽이가 좋아하는 건 뭐야?"
"엄마, 아빠, 할머니를 좋아해"
"누구랑 놀 때 제일 좋아?"
"잘 모르겠어, 너무 심심하니까... 나랑 안 놀아줘..."
"아빠는 어때?"
"화나면 무서워~"
"아빠에게 바라는 건 뭐야?"
"착하게 불러줬으면 좋겠어~"
"혹시 엄마는 어때?"
"나를 안 좋아하는 것 같아."
그리고는 금쪽이는 인터뷰를 중단하고 서러움에 북받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어요.
어머니는 둘째를 출산하고 난 뒤 일하느라 둘째를 돌보느라 첫째인 금쪽이를 방치하였어요. 금쪽이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았죠. 금쪽이의 아버지는 다정다감한 사람이 아니었고요. 그렇게 금쪽이는 정서적 방치를 당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방송에서 금쪽이는 부모님이 설루션을 받은 이후로 정서적 방치를 받지 않게 되었는데요. 만약에 이런 설루션이 없이 정서적 방치를 지속하였다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이는 어른으로 성장합니다.
1. 항상 중요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힙니다. 어렸을 때부터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박혀 있고, 늘 생산적이려고 애씁니다.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받고 싶어 합니다.
2. 타인과의 갈등이 있을 때, 맞서 싸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감정을 억누르는 습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격이나 분노 같은 감정은 옳지 않은 감정이라 생각하여 표출하지 않고 항상 좋은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그래야 부모님이 자신을 싫어하지 않고 바라봐 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3. 실수를 하거나 불완전한 것을 참지 못합니다. 부모님이 자신의 감정을 중요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도 감정을 이해하는 능력이 결여됩니다. 이로 인해, 자신의 실수를 참지 못하는 경향이 생깁니다. 만약 실수를 하였다 하여도 굉장히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죠. 이와 함께 자신이 타인보다 못났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그들이 겉으로 보이는 '겸손'의 진짜 의미는 '비굴함'이었던 겁니다.
4. 의사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기에 자신이 진짜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지나치게 깊게 생각하고, 여러 가지 선택사항을 끊임없이 비교합니다. 결국,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자꾸만 미뤄집니다.
5. 언제나 긴장하고 있는 상태를 유지합니다. 즐거움이라는 감정도 잘 모르기 때문에, 쉬고 있으면 죄책감과 수치심을 느낍니다. 심지어, 쉬고 있는 모습을 부모님 등 다른 사람에게 들키면 타박을 받는 게 두려워 언제나 긴장을 놓치지 않는 모습을 보입니다. 타인에게는 좋은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스스로에게는 번아웃 현상을 가져오는 원인이 됩니다.
6. 공허감이 생깁니다. 공허감은 무엇에도 애착을 느끼지 않고, 삶에 별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감정입니다. 공허감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죠. 그래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공허하다고 얘기해도 '여유가 있어서 그래'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죠. 하지만, 공허감은 삶의 의미를 빼앗아버린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한 감정입니다.
정서적 방치를 받은 아이는 위와 같은 특징을 보이고, 감정과 정서와 관련한 부분은 성장하지 않고, 어릴 적 그 모습 그대로 남아있게 됩니다. 저도 부모님의 정서적 방치를 받은 사람이기도 한데요. 금쪽이가 서럽게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며 같이 펑펑 울었던 저는 제 안에 정서적 방치로 인해서 성장하지 못한 어린아이가 우는 것이었던 거죠. 저도 인생 난이도 쉽지 않았던 만큼 금쪽이의 지금과 앞으로의 인생에 대해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정서적 방치를 받은 아이는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까요?
정서적 방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인지적인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서적 방치가 무엇인지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혼자서 이것저것 노력해 보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닙니다. '방치'가 아닌 '지지'를 받아야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합니다. 정서적 방치로 인해서 괴로워하는 사람에 대한 심리상담 방향도 이와 같습니다. 내담자에게 감정적인 지지를 받는 느낌을 조금씩 심어주는 것이 적절한 치유법인 것이죠.
가장 확실한 치유법은 정서적 방치를 유발한 부모님으로부터 성인이 되어서라도 정서적인 지지를 받는 것입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갖은 고생을 다하였는데, 자신이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성인이 된 자녀가 자신의 정서와 감정적으로 방치되어서 너무 괴롭다고 얘기하면 선뜻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부모는 극히 드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면, 자녀의 감정을 어루만져 주는 게 필요합니다. 자녀가 겉으로는 성인이 되었어도 마음속에 상처받은 어린아이를 성장시키기 위해 부모는 자신의 잘못을 받아들이고, 그동안 힘들었을 자녀의 감정을 지지해 주는 게 필요합니다. 부모의 진정 어린 말과 정서적 지지 한 번만 있어도 자녀는 진정한 자아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삶의 의미를 찾고 당차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정서적 방치를 받은 아이는 어릴 적 아빠, 엄마에게 '왜 나랑 안 놀아주는 거야~ 아빠 나빠, 엄마 나빠~'라고 하고 싶었을 거예요. 하지만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자녀는 그런 말을 못 했을 겁니다. 실제로 했을 수도 있어요. 부모는 무시했겠죠. 삶이 바쁘기도 했고, 너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데 뭔 말이냐며 타박을 줬을 수도 있어요. 그때 아빠가 아니면 엄마가 잘못했어 미안해라고 말해줬다면, 아이는 정서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채 힘든 삶을 사는 어른이 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정서적 방치를 받은 사람은 자신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간 상대가 나쁘다고 말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자책했던 모습에서 벗어나 억눌려있던 감정과 욕구에 충실할 필요가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아이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 아이가 자신을 나쁘다고 얘기할 때 사과하고, 이를 받아들일 줄 알기도 해야 합니다.
아이는 누구나 사랑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만약에, 정서적으로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가 있어서 괴로워하더라도 늦은 것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자신이 나쁘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부모님도 자녀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는 게 자신의 인생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 마시고, 자녀를 위해 지지를 보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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