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실력이 아니에요

by 성휘

나는 덤벙대기 일수다. 실수하고 또 실수한다. 대부분의 경우 실수는 자기 혐오를 낳는다.

몇 가지 기억에 남는 실수들이 있다. 실수의 순간보다는 그에 따른 결과로 절망하던 내 자신의 모습이 더 생생하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초등학교 때 수학 시험이다. 8과 9를 합하면 당연히 18이 되는 줄 알고 적어낸 답안. 그렇게 100이란 숫자와 멀어진 성적. 중학교 사회 시험. ‘쌀’대신 ‘벼’를 적어낸 주관식 답안. 가차없던 선생님의 채점.

돌이켜보면 ‘시험’에서의 실수는 실수도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시험이니까.

더이상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라는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됐을 때, 그러니까 내 인생이 비로소 실전으로 접어든 순간부터 저지른 실수들은 더 뼈아팠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픈 건 인간관계에서의 실수다. 이 실수들은 시험에서 틀린 답을 적어 낸 순간보다 더 생생하다.

친구 결혼식 때 5만 원을 낼까 10만 원을 낼까 고민하다 5만 원을 아끼고선 뒤늦게 했던 5만 번의 이불킥.
‘단 한 순간도 내 인생을 내 맘대로 살지 못했다’며 엄마 마음을 후벼파고 2주 넘게 했던 가출.
식어버린 마음을 ‘배려’라는 명분으로 숨기고 숨기다 결국 시간만 좀먹게 했다는 걸 알았을 때.

앞으로도 비슷한 실수를 반복할거고, 또 똑같이 후회를 할거다.

실수도 실력이라는데, 그럼 난 인생을 대하는 실력이 젬병인걸까.

그럴리가 없다. 실수는 실수다. 말 그대로 손을 잠깐 잃어버린 것 뿐이다.

‘실수도 실력이다’라는 말은 대부분의 경우 1등의 언어다. 1등이 2등에게 하는 말이다.

그도 아니라면 ‘실수도 실력이지’라고 말하는 훈수꾼들의 입버릇에 다름 아니다.

실수는 정말로 실수이기 때문에 몇 번이고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몇 번이고 반복해도 된다. 그래서 실수인거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번 하면 실수지만 두 번 부터는 실력이야’ 따위의 말에도 상처받지 않아도 된다.

나같이 쉽게 자기 혐오에 빠지는 사람들은 ‘실수=실력’을 인정하는 순간 동력을 잃는다. 실수가 아닌 실력이라는데, 다시 도전한다고 해서 만회할 수 있겠는가 해서다.

8+9가 18인 줄 알았던 게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라는데, 다음 시험에서 9+8을 묻는다고 해서 17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리가 없지 않나.

내가 너의 결혼식에 5만 원을 아낀게 내 실수가 아니라 실력이라는데, 다른 친구 결혼식에는 5만 원 더 얹어서 낼 재간이 있을리가 없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또 다시 실수가 실력이라는 헛소리는 승자가 패자의 기를 꺾으려고 만든 핑계에 불과한 것이다. 실수는 실수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도전해야 한다. 그렇게 우리의 실력을 마음껏 뽐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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