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자동차 백라이트 같은 것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굳이 마주오는 사람 눈 부실 정도로 매섭게 밝은 빛 쏘아댈 필요도 없거니와 나의 존재 알리기에 충분한 작은 불빛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따지고 보면 대부분 나의 불행은 헤드라이트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근원이다. 당장 앞은 보지 못하더라도 남보다 멀리, 밝게, 선명하게 존재감을 과시해야 한다는 강박. 내가 가진 것보다 가지지 못한 것, 가지지 못한 것 중에서도 다른 사람이 가진 것만을 생각하며 왜 내 헤드라이트의 밝기는 100미터도 나아가지 못할까 하고 전전긍긍해댔다.
천성이 그렇지 못한 지라 다른 사람 시야를 망칠 정도로 강렬한 빛을 내뿜고 나면 한동안 비둘기 깃털을 삼킨 것마냥 속이 메슥거렸다. 교복을 입던 시절부터 스스로 넥타이를 멜 수 있게 된 나이까지 한결같았다. 그럼에도 누구보다 빛나야 한다는 강박도 한결같았기에 메스꺼움은 으레 편두통만큼 자연스러운 고통이 됐다.
연식이 오래돼서인지 방전 주기가 짧아졌다. 방학이면 충분했던 충전이 주말 간격으로 짧아졌고, 이젠 매일 저녁 혼자만의 시간을 갖지 않으면 다음날을 맞이하기 힘든 지경이 됐다. 백라이트와 헤드라이트 사이 어디쯤에서 나는 길을 잃은 채 갈지자로 비틀댔다.
죽음처럼 찾아온 새해에 삶처럼 어려운 다짐을 해본다. 나는 그저 자동차 백라이트 것이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나는 그저 때마다 찾아오는 계절내음 같은 것이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옅지만 분명하게 찾아오는 땅 녹는 냄새, 찬 바람 냄새이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