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실

by 성휘

"이젠 뭐 알 길이 없지."

그렇게 말하는 아빠의 옆모습은 그늘졌다.


순천시 주암면. 아빠는 거기서 태어났다고 했다. 할머니 1주기를 앞둔 어느 날 주암을 찾은 아빠는 당신이 어렸을 때 살았던 집이 기억나냐는 나의 물음에 길 잃은 아이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엄마라는 존재가 풍경화 소실점처럼 사라져버린 탓이다.

할머니의 시간와 기억은 멈췄고, 시간을 거슬러 기억을 끄집어내려던 아빠의 노력도 세게 잡아당긴 안전벨트 처럼 턱, 하고 멈춰버렸다.


길을 잃은 아빠의 손을 이끌고 "여기서 내가 너를 키웠잖니" 해줄 실낱이 사라졌다는 게 실감났다.


아직 살아계신 큰 할아버지를 뵙던 순간, 그늘진 아빠는 몇 마디 하지 못했다.

그저 마른 세수만 몇 번 해댈 뿐이었다.


큰 할아버지가 내어준 고로쇠물에서 쇠맛이 났다.

목이 터져라 소리친 뒤 까끌하게 느껴지는 쇠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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