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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Dec 29. 2022

굿바이, 2022

새해에는 나 돌보기에 조금 더 힘쓰자.




치운다고 치웠는데도 잔뜩 쌓아놓은 테이블 한편이 꼭 내 머릿속 같다. 사흘 남짓 남은 2022년을 대하는 내 자세가 꼭 이렇게 어수선하다.

유난히 빨리 지나는 해였다. 코로나로 집콕 생활만 하다 어느새 일상을 회복했다는 명목으로 내 하루도 뚜렷한 경계 없이 다시 더 바쁜 일상에 스며들었다. 그럼에도 정작 돌보아야 할 나와 집 돌보기에는 굉장히 무관심한 한 해였다.


새 학기를 시작한 3월에는 코로나와 싸웠고, 4월에는 루푸스와 데이트를, 그 후로 여름이 되기 전까지는 비염과 인후통으로 이비인후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무심한 듯 가을을 넘기고 12월에는 온 가족이 독감과 사투를 벌였다. 드디어 한 주 남은 2022년. 오랜만의 방학이라 마음이 들떴는지 오히려 몸이 아픈 지금. 괜히 보내기가 아쉬운 한 해의 끝자락을 물고 늘어지는 중이다.

올해는 나도 내적으로 더 성숙해지고, 언젠가 바라는 다음 단계를 위해 차곡차곡 준비를 해야지 했는데, 이런. 아무런 준비 없이 또 한 해를 보내고 말았다. 현재에 불평불만만 늘어놓을 줄 알았지 다음을 위한 준비가 없었던 것 같아 이제와 괜한 자책을 하게 된다. 나를 위한 준비로 영어 공부와 독서 습관 잡기도 있었는데 영어책은 펴 보지도 못했고, 독서라면 그래도 조조책방 덕분에 내 일의 연장선이 아닌 다른 책들과 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참 다행이다. 엄마는 영어와 친해지지 못했지만 뜸 들이다 늦게 시작한 딸아이의 영어 공부는 만족스러워서 대리만족을 하는 중이다. 내 선택이 옳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년째 이어지고 있는 목글모 덕분에 일주일에 한 편이라도 글 쓸 여유가 생긴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못난 글이라도 꾸준히 쓸 수 있는 힘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채운다. 빼앗긴 마음의 여유가 조각글과 길을 걷다 만나는 순간의 즐거움까지 앗아가긴 했지만 다시 채울 것이다. 

그래도 만나는 사람들 덕분에 즐거웠던 한 해다. 나의 인간관계라고 해봐야 좁고 길지만, 그 안에서 많이 웃고 떠드는 동안 아프고 힘든 기억을 씻을 수 있어서, 그리고 그 속에서 위로받을 수 있어 따뜻했다.


2022년 한 해를 돌이켜보다, 일 년 전 나는 어떠했나 전에 써 둔 글을 읽어 보았다. 소소한 것들로 꿰어진 일상에 감사하고, 오늘 하루를 이야기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적어두었다. 몸이라면 작년과 올해 크게 다를 바가 없는데 지난해 내 마음이 더 옹골찼던 것을 보면, 올 한 해 나는 바깥 돌보기에만 힘쓰느라 내 마음 돌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던 것 같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오늘 아침에 이런 문장을 만났다. ‘단순함이란 쓸데없는 이것저것 다 떼고 난 후 만나게 되는 본질이란 강력한 세계다.’ 이것이 2022년을 마무리하면서 2023년에 내가 풀어가야 할 숙제 같다. 단순하게 나를 잘 돌보며 행복할 것. 이것저것 어질러놓은 어수선한 공간에서 오롯이 나 하나만 잘 돌보아도 나와 주변이 더 말끔히 빛날 것을 알기에 적어도 내게 후회 없는 한 해를 살도록, 나 돌보기에 힘써야겠다. 나 돌보는 방법은 차차 고민하고 다듬어야겠지만.


보내주기 싫은데, 보내줘야겠지. 안녕, 2022.

더 나은 ‘나’로 만나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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