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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Dec 13. 2022

당신은 건강을 잘 챙기고 있나요


이번엔 독감이다.

올 초에는 코로나가 한바탕 집안을 휩쓸고 갔다. 비교적 안전한 줄 알았던 내 안팎의 세상에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렸던 셈이다. 그렇게 피하려고 애쓰던 코로나에 삼켜진 하루의 일상은 고되기도 했고, 한번 걸렸으니 이제 속 시원하다는 해방감을 주기도 했다. 실제로 코로나에 걸리기 전에는 오히려 만나는 모든 사람이 무섭고 밖에만 나가도 내 옷깃에 바이러스를 묻혀올 것 같다는 되지도 않는 상상을 해 왔으나 감염 후 한동안은 마음이 참 편안했다.

간간이 나의 올해 건강 상태를 돌아보는데, 이만하면 괜찮겠다 싶었다. 해마다, 혹은 한 해 걸러 치르는 입원 의식(?)도 이미 연초에 겪었고 이제 무서울 것이 없었다. 나른해진 몸만 일으키면 된다고 생각하고 이마저도 곧 정상궤도에 오를 참이었다.


목이 간질간질한 것이 누가 내 속을 간질간질 긁어놓는 것과 꼭 같았다. 몇 차례 토할 듯한 기침을 하고 나니 이번엔 누군가 내 등을 톡톡 두드리는 것 같았다. 뻐근한 등이 당장이라도 누워서 쉬라는 알람 같았지만 지난 한 주 갑작스레 닥친 집안일로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았고, 그 바빴던 일상 때문에 아픈 거겠지 하고 잠을 청했다. 그날 밤 잠을 자다 몇 번이나 깼다. 잠이 많아 웬만해선 잘 깨지 않는데 일어나서 기침 한 번, 물 한 잔, 온몸을 가격하는 몸살 증상에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 눈을 붙인 시간은 얼마 되지도 않았다. 내게 등에 온 근육통은 늘 염증 수치의 상승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줬기에, 혼자 루푸스 악화 아니면 독감이란 결론을 내리고 병원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내달렸다. 결과는 뻔했다. 독감. 독감주사를 맞아도 독감에 걸리기도 한 대요,라고 입방정을 떨던 녀석에게 옮은 게 분명했다. 마스크도 걸쳐 쓰는 그 녀석의 마지막 수업을 내가 했으니. 슬슬 오르는 열에 독감치료제를 맞고 주말 내도록 집콕 일상을 보냈다. 덕분에 예정되어 있던 김장을 내가 하지 않아도 되는 꿈만 같은 일이 일어났지만 그래도 아픈 건 싫은 일.

코로나가 그랬듯 내가 시발점이 되어 이번에도 가족에게 전염을 시켰다. 덕분에 학교를 가지 않게 된 딸아이는 열이 내리고 근육통이 가시니 만세를 부르지만 아파도 출근을 해야 하는 나는 조금 서러워졌다. 몸을 일으키고 나가서 쉴 새 없이 떠들어야 하니까. 이제 큰 증상은 없이 인후통과 바뀐 목소리만이 그래도 넌 환자야 라는 각인을 시켜준다.

병원에 그득했던 사람만큼이나 다른 선생님, 학생들 할 것 없이 독감 혹은 감기 환자들로 초토화된 월요일이었다. 반 넘는 아이들이 결석을 하고, 서로 눈치를 보면서 마스크를 끌어올린다.



모두 건강을 잘 챙기고 계신가요?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라는 말은 당연히 맞지만,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예고 없이 찾아오는 전염병은 막을 도리가 없군요. 오늘도 마스크를 단단히 쓰고, 따뜻한 물과 담요를 친구 삼아 이제 시작하는 겨울은 더 건강하게 보내자고 다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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