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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Nov 19. 2023

느려도 괜찮아

다시 이런 마음을 품자


싱숭생숭한 요즘, 예전의 글을 만났다.

요즘 내 상태와 같은 글은 전혀 아니지만 내게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에 슬쩍 꺼내본다.




나는 언제나 99도의 물처럼 살고 싶다. 생각만큼 잘 되지 않지만 언제나 꾸준히, 끓어오를 준비를 갖춘 그런 사람이고 싶단 말이다. 아쉽게도 아직은  희망사항일 뿐이다. 요즘 내 고민거리이기도 하다. 뚜렷한 지향 없이 자기만족을 위한 자기 계발에 치중하다 보니 인풋은 많으나 아웃풋은 없는 지경이 되었다. 답답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인 것이다.


내 송별회를 겸한 회식자리에서 한 선생님의 고백을 들었다. 평소에도 열심히 자기 계발과 돈이 되는 일에 눈독 들이는 선생님인데, 외국인들에게 한국어와 문화를 가르치는 지금 일에 보태어 한국어교원 자격증 공부를 시작한 지 한 학기가 지났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단둘이 대화를 나누며, 내가 외국인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 봉사를 한 이야기를 하면서 배우려는 열의가 우리 아이들보다 훨씬 강한 사람들이었다, 그런 사람들 앞에 서니 봉사였지만 내가 너무 뿌듯하더라는 얘기를 끝마친 뒤였다. 봉사로 기뻐하는 내 앞에서 돈이 되는 길을 찾겠다고 그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본인이 너무 속물같이 느껴져 차마 그때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 어떠랴. 나는 오히려 그분이 대단해 보였다. 뚜렷한 목표를 향해 가는 길이 멋져 보이기만 했다. 물론 예전 같았으면 조금 더 나아가 상대를 너무 부러워하고 나와 비교를 했을 테지만, 전보다는 각자 추구하는 가치와 목표가 다르다고 인정하는 내가 있다. 마흔을 코앞에 두고 집도, 돈도 없지만 그보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진 내가 되어 있어서, 아웃풋의 기약이 없는 삶을 사는 지금 모습으로 있어도 더 나아질거리는 희망을 품고 지낸다. 조금 느려도 괜찮으니까. 느리다고 멈춰 서서 고민만 하고 있지는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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