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빕니다.

감사와 사랑의 기도를 드리며

by 임루시아



연이은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사람들은 설 연휴를 맞아 분주하다. 창밖을 지나는 사람들 손에 들린 장바구니가 그득하고 평소에 보이지 않던 사람들이 오가는 걸 보니 명절이긴 한가보다.

나는 이번 명절 연휴를 자가격리를 하며 보낸다. 어제 갑작스레 딸아이와 공동 격리자가 되어 집안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앞으로의 며칠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하지만 자가격리 대상자 통보를 받고서 아이의 학원, 성당 등에 검사 사실을 알리고, 오늘 다시 검사 결과 음성 안내를 드리며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어쩐지 지난 미사 시간에 마주 보고 드린 “평화를 빕니다.”라는 인사 덕분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처음 곁눈질로 본 하얀 미사보는 화려하진 않지만 어쩐지 아련한 데가 있었다. 미사보 아래 감은 두 눈과 맞잡은 두 손의 기도는 애틋했고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도 간질이는 무언가 있었다. 나 역시 가톨릭 신자가 된 후 그 고운 미사보를 내 머리에 두르거나 마음에 얹고 기도드리는 날이 많아졌다. 그러면 아직 채 영글지 못했던 나의 신심도 가슴팍에 합장한 내 손의 온기만큼 조금씩 커졌다. 눈을 떠서 맞는 하루가 감사로 이어졌다. 어쩐지 견딜 수 있을 만큼의 힘듦만 어깨에 얹어주시고 기도의 온기가 들어차면 도로 베풀어주시는 것 같았다.



미사 중에 “평화를 빕니다.”하고 인사를 건네며 서로의 평화를 빌어주는 마음이 무언의 힘처럼 자라고, 내가 바치는 작은 기도의 힘이 보태어져 영그는 세계를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합장한 내 손을 가슴께로 옮겨 기도드릴 때 나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평안을 느낀다. 명절 내내, 또 매일 바치는 기도가 생명수가 되어 오늘도 감사로 물들어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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