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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루시아 Mar 17. 2022

잃어버린 봄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2년 동안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녔다. 조심하면 피해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제, 나도 코로나 확진자가 되었다.


강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사람들이 몰고 오는 족대에 이리저리 몸을 피하다가 결국 그 그물 사이를 미처 빠져나오지 못해 기어이 잡히고 마는, 꼭 쫓기는 물고기 신세 같았던 지난날이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던 때에는 직장 생활을 하지만 가능한 가정보육을 하고, 학교에 다니면서는 1, 2학년 전면 등교에 맘 졸이길 여러 차례. 잦아드는 확진자 수를 보며 안도하고, 다시 늘어나는 확진자 수에 집안으로 꽁꽁 숨기를 반복했다. 누가 보면 미련할 정도로 집순이가 되었다. 식당 이용은 말할 것도 없고, 타지에 사는 동생네가 오랜만에 왔을 때도 가보지 않은 매정한 누나였다. 나를 지키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자가면역질환을 앓고 있어 더 걱정이기도 했지만, 내가 나를 지키지 않으면 가족뿐만 아니라 학원에서 만나는 어린 친구들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줄 것이 뻔했다. 그런 이유로 2년 동안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취소하길 여러 차례 하면서 아이의 속상함은 더해졌고 이제 엄마는 원래 쫄보야, 라는 말로 당연시되는 일상이 그럭저럭 견딜 만했다. 이것 또한 면역이 된 것이다.


2022년 3월, 작년까지만 해도 시차 등교 혹은 온라인 수업을 번갈아 하던 학교에서 전면 등교를 선언했다. 코로나 초기 온라인 수업을 했던 아이들이 극심한 학력 저하에 시달리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에 전면 등교가 필요하다 생각하다가도 폭증하는 코로나 확진자 수에 그 기세가 눌렸다. 불안은 현실이 되었다. 등교한 아이들 사이에서 확진자가 하나둘 나오기 시작했다. 그 가족을 중심으로 다시 확산, 이제는 어딘지 알 수 없는 감염원으로부터 함께 일하는 선생님들도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되었다. 우스갯소리로 이제 누가 먼저 걸리나 눈치게임이라고도 했다.

뉴스에서는 확진자 폭증으로 일반 병원에서도 신속항원 검사를 해서 양성일 경우 코로나 확진으로 인정해준다는 안내가 계속되었다. 견딜 만하면 아파도 꾹꾹 참았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어제 새벽, 이상하게 목이 건조하고 따끔해서 1시간 간격으로 깨며 잠을 설쳤다. 목감기 약을 복용 중이어서 이상하네, 집이 너무 건조했나 하는 말과 함께 시절 탓을 하며 자가진단키트를 했다. 평소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코가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코를 찔러댄 탓에 아무 의심 없이. 그런데 시약을 두어 방울 떨어뜨렸을 때, T선에 선명한 빨간 줄이 보였다. 뭐야?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에이, 그럴 리가 없지 하면서 진단키트 하나를 더 뜯었다. 역시 똑같았다. 목소리가 좀 잠기긴 했지만 경미한 목감기 증상뿐이라 당황스럽긴 했지만, 한창 유행 중인 코로나 바이러스가 오미크론 변이라 목감기 증상과 구별이 안된단 말에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직장에, 아이 학교에 차례로 연락을 하고 신속항원 검사를 받으러 갔다. 정말 신속하게 보건소에서 확진자 안내 전화가 왔다. 기저질환, 복용 약 등을 물으며 병원 이송 대상이긴 하지만, 현재 증상이 약하고 알다시피 60대 이상 중증 확진자만 해도 병실이 모자란다며 양해를 구한다. 뭐 어쨌든 나는 아직 살만하니 그러겠다는 대답을 하며 끊었다.


아이는 오늘 아침까지 음성, 각자 방에서 마스크를 끼고 소독을 수시로 하며 하루를 보냈다. 경미한 코로나 증세는 전파력도 약하다고 하지만 그래도 피할 수 있으면 최대한, 다른 가족들은 피했으면 좋을 경험이다. 코로나 초기에는 확진자와 동선만 겹쳐도 벌벌 떨었고, 확진자를 나무라는 눈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들도 있었다. 다행히 지금은 바이러스의 기세도 사람들의 시선도 예전같이 강력하진 않아 보인다.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 해? 나 키즈카페는 언제 갈 수 있어? 묻던 아이도 이제는 이 시기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더 미안한 게 많은 봄이다.

꽃도, 나무도, 집안의 창문도 활짝 열어젖힐 봄이다. 그러나 지금 현실은 마스크도 못 벗는 따분하고 힘겨운 봄이다. 2년 동안 잃어버린 많은 봄과 꿈들을 되찾을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 하나 둘 바이러스 떨치듯 무탈하게 수월하게 지나가면 좋겠을 3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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