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루시아 Mar 31. 2022

남들은 모르는 나의 귀여운 순간들

나와 귀여움을 엮으라니?!



귀여움? 잘못 적힌 말은 아닐까 싶어 몇 번을 들여다보다가 이내 체념하고 남들은 모르는 나의 귀여운 순간들을 생각해 본다. 내내 생각해도 나와 귀여움은 엮을 수 없는 단어기에 어젯밤 아이와 나란히 누워서 내 숙제를 아이에게 던져 보았다.

“나린아, 귀여운 게 뭔지 알아?”

“알지, 그럼.”

“그럼 엄마는 귀여운 데가 있을까? 귀여울 때 말이야.”

아이는 더 이상 답이 없었다. 아니, 가장 많은 시간 함께하는 가족도 모르는 귀여움을 내가 어떻게 알 것인가.


타-다-ㄱ. 무슨 말이라도 펼치고 싶으나 주절거릴 단어조차 떠오르지 않을 때 마침 남편의 전화가 걸려왔다. 글 쓰는 날이지?라고 묻는다. 그렇긴 한데 오늘 공통 주제의 내용으로 쓸 거리가 없어 너무 난감하다고 했더니 남들은 모르니까 너는 알지 않을까 반문한다. 물은 내가 잘못이다. 어젯밤 아이가 그랬듯 나도 아무 대답할 말이 없다. 그래서 오빠는? 내가 귀여운 순간이 있냐고 물으니 선뜻, 당황할 때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으로 서 있을 때 그렇다고 대답해 주었다. 당황한 순간의 표정이라... 평상시에도 거울과 친하지 않은데, 그런 순간일 때 내 당황한 표정을 볼 수 있을 리가 있나... 어쨌든 남편만 아는 귀여운 순간은 있다고 해 두자.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어릴 때야 귀여운 아이였던 적도 있고, 예쁜 척 귀여운 척하던 때도 있었을 테지만 적어도 기억나는 때에 그런 순간은 없는데... 아! 그거지 하는 순간이 막 떠올랐다. 아주 소심한 귀여움(?)이다. 스테로이드를 복용한 이후로 내 몸무게는 줄곧 상승 그래프를 그렸다. 가까스로 다이어트에 성공해 체중을 줄이고 나면 또 활성기가 와서 다시 상승, 정체. 이런 체중 그래프를 반복하다 보니 이제 거의 포기 상태에 이르렀고 최근 1-2년 사이 몸무게가 꾸준히 10kg 이상 올라 옷은 맞지만 태가 안 나는 때가 도래했다. 그래서 며칠 전 아침에 남편과 통화하며 “나 옷 사야 해!” 하고 얘기했다가 바로 그날 저녁에는 “아... 오늘은 너무 스트레스 지수가 높다. 맥주 한 캔 하고 싶은데, 맥주 좀 사다 줄래?”하고 말했다. 남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아침엔 살쪄서 입을 옷이 없다고 투덜대다가 저녁엔 맥주 사달라는 건 살을 뺀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툴툴거리면서도 맥주를 4캔이나 사다 주었다. 어쨌든 그렇게 부탁할 수 있는 뻔뻔함! 그것은 염치없이 내가 조금 귀여웠던 순간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소심하게 밥그릇의 밥을 한두 숟갈 남기는 것도 우리 가족 중 누구도 눈치 채지 못하는 귀여운 순간...이라고 해도 되겠지?


아이들을 보고는 귀엽다, 예쁘다 하며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고 기억하려 한다. 우리 부모님도 그러셨고, 나도 그랬으니까. 그런데 정작 나는 남들 눈을 의식하느라 혹은 다른 일에 쫓겨 사느라 나 스스로를 예뻐하고 귀여워하며 기억할 순간은 많이 남겨두지 못한 것 같다. 난감한 주제다, 한 줄도 적어내지 못할 것 같다 한숨짓기는 했지만 아이에게 그랬듯 나의 예쁘고 귀여운 순간을 하나 정도는 기억해 두면 좋겠다. 많이 힘들고 어려운 때에 누군가의 말도 위로가 되지 못할 그때에 그런 순간들이 내게 웃음이 되고 기운 넘치는 시간이 되어 다시 일상으로 회복할 힘을 줄 테니까. 자신 있게 내 삶에 귀여움 한 스푼을 더할 수 있기를,  난감하기보다 웃으며 떠올릴 순간이 더 많아지기를 소원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