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전부가 이미 액자 속에 있어요.
바로 저기에.
영화 <내 사랑> 화가 모드 루이스 대사 중에서
서귀포 어느 작은 마을엔 동양화 작업실이 있다.
그곳엔 한 부부가 살고 있다.
그녀는 그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사람들에게 그림도 가르쳐준다.
그녀는 늘 작업실 문을 활짝 열어둔다.
작지만 있을 건 다 있는 마당이다. 작은 돌담도 있고 귤나무, 한라봉 나무들도 있다. 방금 말려 둔 빨래들은 햇볕과 살랑살랑 부는 바람에 잘 마르고 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문 앞 작은 종은 살뜰히도 울린다. 이따금씩 예쁜 새들이 놀러 와 지저귐으로 그곳을 채우는 순간 그곳은 어느샌가 작은 숲이 된다. 소박한 작업실이지만 문을 여는 순간 그곳은 세상에서 가장 큰 작업실이 된다.
그런 그녀 곁에는 늘 그가 있다. 직장과 가까운 시내 대신 그는 그녀를 위해 이 시골마을의 이 작은 집을 구했다. 그리곤 작업에 방해되지 않게 조금은 떨어져 그녀를 지켜본다.
세상과 분리되어 조금은 서툴게 세상과 소통하는 그녀는 그를 통해 세상을 만난다.
"당신은 걱정 말고 그림만 그려요.
세상과는 내가 맞설 테니. "
오늘도 그는 작업실 앞에 쭈그려 앉아 그녀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바라본다.
바람과 만난 나무 소리가 음악처럼 작업실 전체에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