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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쏜 Mar 30. 2019

제주에서 만원으로 겨울을 나는 법

북카페

북카페, 52x52cm, 한지에 채색, 2018 by. 루씨쏜



자연이 아닌 특정 가게나 장소를 그리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사라지는 것들에 정을 두지 않으려는 마음이기도 하고

인위적인 장소에서 크게 감동을 받은 적이 없어서 이기도 하다.

 

어느 겨울, 우연히 들른 카페에서 처음으로 그곳을 그림에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특별할 것 없는 어느 작은 마을에 특별할 것 없는 인테리어의 북카페였다.

좋은 인테리어의 기준은 그저 보기 좋은 것이 아니라 만든 이의 마음이 느껴져야 하고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그곳은 좋은 인테리어를 가진 곳이었다.

통 유리로 된 카페의 창으로 따스한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고 빛이 통하는 공간 외에는 빼곡히 책들로 차있었다. 그사이를 흐르는 조용하지만 힘이 있는 노래들.

 

구석에 앉아 읽는 책은 더 재미있고 집중도 잘된다.

그런 마음을 아는지 북카페는 복층으로 구성되어 위층은 다락방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림 같은 풍경을 담고 있는 커다란 창.

창밖으로 눈 쌓인 돌담과 앙상한 가지만 남은 나무 그리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제주 집들이 보였다.

밖은 무척 추운데 이불을 덮고 앉아 따뜻한 차를 마시며 앉아 있으니

겨울에 노천욕을 하듯 이곳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다.

카페 주인이 기르는 하얀색 고양이가 우리 곁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고

좋아하는 책을 한껏 골라 쌓아 놓고는 나의 짝꿍과 함께 책을 읽으며 차 한잔을 홀짝인다.

 

행복은 어쩌면 찰나에 느껴지는 짧은 순간의 감정 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행복한 일이 더 많고 없는 사람이 존재한다기보다는

더 예민하게 그것을 알아차리고 자주 느끼거나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존재할뿐이다.

작은 일에 자주 감사할 때 행복이란 감정은 자주 찾아온다.

 그 순간이 바로 행복이라 직감했다.

물론 아주 미세하게 느꼈다.

원래 너무 행복한 상황에선 정신이 없어서 잘 모르니까.

지나고 생각해보니 그랬다.

 

내가 제주의 겨울을  

만원으로 행복하게 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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