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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쏜 Jan 26. 2019

유토피아 제주

제주 도(圖)

제주 도(圖),91x130cm,한지에 채색,2018 by.루씨쏜


이어도는 오랜 세월 동안 이 제주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 전설의 섬이었다. 천 리 남쪽 바다 밖에 파도를 뚫고 꿈처럼 하얗게 솟아 있다는 제주도 사람들의 피안의 섬이었다. 아무도 본 사람은 없었지만, 제주도 사람들의 상상의 눈에서는 언제나 선명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수수께끼의 섬이었다. 그리고 제주도 사람들의 구원의 섬이었다. 더러는 그 섬을 보았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한 번 그 섬을 본 사람은 이내 그 섬으로 가서 영영 다시 이승으로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 모습을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섬이었다.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 중에서- 

 

제주의 고지도를 본 적이 있다. 그 시절에도 그렇게 꼼꼼히 기록한 것을 보면 그때의 사람들도 제주에 대한 애정이 대단했던 것 같다. 문득 지금의 제주를 지도로 그려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제주의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내 기억의 조각들을 한데 모아보고 싶었다. 그렇게 그림 도(圖) 자를 쓴 나만의 제주도(濟州圖)를 만들게 되었다.   

 

나의 제주도(圖) 는 기억의 지도이기 때문에 계절도 시간도 형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나의 경험에 따라 대상이 정해지고 기억의 크기에 따라 대상의 크기가 정해진다. 그것은 흡사 민화 속 십장생도나 무릉도원처럼 보였다. 온갖 아름다운 것들을 예쁜 파스텔컬러로 모아 담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에게 제주는 그렇다. 따스한 빛깔로 가득한 빛의 섬. 계절마다 다른 꽃들이 계절의 시작을 알리고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푸르른 초원 그리고 숲이 끝없이 펼쳐지는 곳. 쉽게 말과 노루 돌고래 꿩 등의 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곳. 동네 개나 길고양이마저 행복해 보이는. 

 

그리고 그곳에 사는 '사람'이 있다.자연과 더불어 부지런히 살아가는 이들과 그것을 즐기러 온 사람들도 있다.나의 그림에선 제주가 가진 그 어떤 아픔도 척박함도 쓸쓸함도 없다.실제의 제주도는 이런 빛깔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의 '제주도(圖)'는 나의 이상향을 그린 곳 일지도 모르겠다. 자연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모두 조화롭게 행복한 곳. 내가 그토록 꿈꾸는 '공존의 제주'

 어쩌면 그것이 제주인들 마음속에 내재 되어 있다는 전설의 유토피아 

'이어도'가 아닐까.

 

혼자 가면 빨리 이룰 수 있지만 빨리 지친다.함께 가면 더 오래도록 행복할 수 있다.

그것이 내가 제주에서 배운 교훈 하나.

 


'공존공영[共存共榮]'
함께 살고 함께 번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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