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
자신의 숨을 넘어서는 순간 먹게 되는 숨으로 잘라내지 못한 욕심의 숨을 물숨이라고 부른다.
물숨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해녀들은 자신의 타고난 숨만큼만 건져 올리며 산다.
해녀의 삶은 여성의 권리 증진이나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인생이란 바다에서 우리는 자신의 숨보다 더 많은 숨을 욕심 내며 그렇게 죽음에 가까워지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내가 제주에 내려오겠다고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는 하나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 숨이 짧았나 보다. 바쁘고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숨이 막혔고 힘들었다.
나는 돈보다는 자유를 원했고 화려함 보단 소박함을 원했다. 여전히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지 정답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나의 숨의 길이를 안다. 나는 조금씩 건져 올리고 숨쉬기를 좋아한다.자연에 기대어 나의 호흡의 길이대로 숨 쉬며 사는 지금. 나는 이대로 온전히 행복하다.
해녀는 욕심내지 않고 자신의 숨만큼 건져 올리며 삽니다.
내 숨이 어느 정도인지 알면 삶이 놀이터고, 욕심부리면서 숨 이상으로 물숨을 먹는 순간 바다는 무덤이 되지요. 큰 욕심은 무덤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쉰 나이에 깨친 저 바다의 가르침입니다.
-영화' 물숨' 고희영 감독 인터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