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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쏜 Jan 19. 2019

매화가 전해준 이야기

제주 매화축제

매화나무 아래서, 25x25cm, 한지에 채색 , 2018  by. 루씨 쏜


휴애리에서 열리는 매화 축제에 갔다. 매화는 봄이 왔음을 제일 먼저 알리는 꽃이고 당연히 대한민국 최남단인 서귀포에서부터 피기 시작한다. 제일 먼저 꽃을 본 것이 뭐 그리 자랑스러운 일일까 싶지만은 지루하리만치 기나긴 겨울을 보내고 제일 먼저 꽃을 본다는 건 오래도록 기다리던 택배를 뜯어보는 것보다 더 설렌다. 사군자를 배울 때 버릇처럼 그리던 지겨운 매화인데 실제로 보니 새삼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었나 싶다.


다른 꽃들과 달리 하늘을 향해 꼿꼿하게 솟은 매화의 가지를 보노라면 그래서 선비들이 즐겨 그렸구나 끄덕여진다. 매화는 다른 꽃나무에 비해 작고 은은한 색의 꽃을 가졌다. 화려하진 않지만 하얗기도 하고 핑크빛이기도 한 매화의 빛깔은 봄을 맞이하는 설레는 마음을 대변하기에 충분하다. 공격적이지 않게 곧게 뻗은 가지는 그만의 기개와 자존심을 보여주는 듯 멋지다. 부드럽고 상냥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가지를 가진 매화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   


매화가 휘날리는 공원에 남편과 나란히 앉아 근처 푸드 트럭에서 사 온 큐브 스테이크를 먹었다.

매화향과 스테이크 향이 뒤범벅되어 매화를 먹는 것인지 스테이크를 먹는 것인지 헷갈린다.  

매화가 흩날릴 때마다 기억날 그 장면. 

하얀 꽃바람과 함께 갑자기 날아온 행복은 추억이 되고 추억은 삶의 향기 나는 원동력이 된다. 

기나긴 겨울은 계절의 끝이 아니라 반드시 돌아 오는 봄의 지난 계절일 뿐이라고.

그러니 겨울이라고 우울할 필요도 봄이 지난다고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고.

매화향 가득한 추억은 또다시 봄을 맞이할 새로운 힘을 선물한다.

매화는 부드러운 바람을 타고 와 조용히 속삭였다. 

"봄이 왔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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