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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쏜 Feb 16. 2019

제주엔 무지개 학교가 있다.

더럭 분교

무지개 학교, 45.5x53cm , 한지에 채색 ,2017 by.루씨쏜


제주도 하가리에는 연꽃 마을로 불리는 작은 마을이 있다. 여름이 되면 하가리 연화지 못에는 단아한 아름다움을 가진 연꽃으로 가득 찬다. 이 마을엔 그 멋진 연못을 정문으로 두고 있는 예쁜 무지개 빛깔의 작은 학교 '더럭 분교'가 있다. 그냥 학교일뿐인데 그곳은 늘 학생수보다 많은 관광객들로 붐빈다. 하지만 내 마음을 흔들어 놓은 건 예쁜 학교의 외관도 유명세도 아니었다. 어느 날 우연히 보게 된 제주 방송에 나온 더럭 분교의 분교장 선생님 때문이었다. 체격이 호리호리하고 나긋나긋한 말투를 가진 선생님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근엄한 교장선생님의 이미지와는 무척 달랐다. 처음엔 무척 독특하신 분이네 하고 흥미 어린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 그러다 점점 선생님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보게 되었다. 일부러 시골학교, 그것도 폐교 위기에 있는 더럭 분교를 자처해서 오셨다 했다. 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장선생님은 마을 주민들과 힘을 합쳐 학교를 예쁜 무지개 빛깔로 칠했다. 그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교장실 대신 다도실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다도를 가르쳤다. 선생님은 아이들과 자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고 차를 나눠 마셨다.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가진 독특한 이력의 선생님은 늘 웃는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웃음을 전하셨다. 그리고 그는 학교 풍물놀이패를 만들어 직접 학생들을 지도하고 학생들을 데리고 도내의 다양한 대회나 공연을 나가기도 했다. 아이들은 학교에 나오는 것을 좋아했다. 선생님도 아이들도 매일 학교에 나와 놀며 공부했고 공부하며 놀았다. 아이들이 공부하기 싫다고 소리치면 선생님은 아이들과 교실 밖으로 나가 벚꽃 휘날리는 나무 아래서 노래를 부르거나 놀았다. 정성이 통한 걸까. 한때는 전교생이 14명이었으나 지금은 64명으로 늘어났다. 학교는 현재 본교로 승격을 기다리는 중이고  그는 대한민국 스승상  까지 수상하였다.

 

더럭 분교는 그저 색이 예쁜 학교가 아니었다. 선생님의 사랑의 색이 담긴 학교였다. 학교가 설 곳을 잃어가고 참 교육이 사라져 가는 요즘, 사랑이 가득한 학교가, 참 스승이, 그리고 자연 속에서 뛰놀며 공부하는 아이들이 갑자기 부러워졌다.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연꽃의 청정함을 닮으라고 오늘도 교장선생님은

연꽃이 가득한 하가리 작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차에 사랑을 담아 따라준다.

 

제주도 연꽃 마을 하가리, 더럭 분교에는

오늘도 무지개 꿈이 자라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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