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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쏜 Dec 01. 2018

수국처럼 사랑하기

제주 수국

제주 수국/50x65cm/한지에 채색/2017 by.루씨쏜


어느 여름날, 종달리 바닷길을 차를 타고 달린다. 청록빛 제주 바다를 둘러 가득 핀 보랏빛 수국들은 우리에게 달리던 차를 잠시 멈춰 걸어가라고 이리도 다정히 손짓을 한다. 잠시 멈춰서 걸어본다. 참 어여쁘다. 기분 좋은 바닷바람이 길 전체에 보랏빛 수국 향을 퍼트린다. 여름의 제주는 수국이 있어 더 아름답다.
 
 우리가 흔하게 알고 있는 꽃이 커다란 수국은 외래종으로 암술, 수술이 없는 무성의 꽃으로 인간이 인공재배를 통해 탄생시킨 꽃이다. 제주에는 탐라 수국이라고 불리는 자연 그대로의 우리나라 자생종이 살고 있다. 꽃 가장자리는 일반 수국처럼 큰 꽃이 무성화로 피어 있지만 안쪽은 그와 달리 수정이 가능한 수술과 암술을 가진 작은 꽃이 피는 것이 특징이다. 탐라 수국은 외래종 수국에 비해 화려하진 않지만 작고 순수한 순백의 신부와 닮았다. 제주 수국은 빼곡하지 않아 바람이 그 사이를 왕래하며 그 꽃잎을 흔든다. 작은 꽃은 파르르 큰 꽃은 좌우로 크게 몸을 흔든다. 큰 꽃들은 작은 꽃들을 둘러 지키며 그렇게 옹기종기 사이좋게 서있다. 수국 (水菊)은 물 수자를 쓴 꽃이다. 그만큼 물을 좋아하는 꽃으로 조금만 건조해져도 바로 말라버린다. 하지만 물속에 담가 두면 금세 다시 살아나 가장 오래도록 피어있는 꽃이기도 하다. 또, 수국은 토양 성분에 따라 꽃 색이 변화하는 신기한 꽃이기도 하다. 꽃은 처음에 흰색으로 피기 시작하지만 점차 청색이 되고 다시 붉은색을 더하여 나중엔 보라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수국의 꽃말은 진심과 변덕이다. 그리고 수국은 한번 수정을 한 뒤엔 꽃잎을 완전히 뒤집어 버려 스스로 결혼한 꽃임을 알리는 영원한 사랑의 꽃이기도 하다. 
 
 남자는 수국이 흐드러지게 핀 그곳에서 그녀에게 수국 꽃다발을 주며 프러포즈를 한다. 알듯 말 듯 한 표정의 여자에게 나비는 프러포즈 목걸이를 전해준다. 여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간다. 그는 세월이 우리의 색을 변하게 할지라도 평생 당신의 물이 되어 오래도록 시들지 않을 사랑이 되겠노라 맹세한다.
 이 아름다운 수국처럼.
 
 수국은 불어오는 바람에 조용히 그 꽃잎을 뒤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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