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에르노(2000), 열림원
당연히 현실을 추적하는 대신 현실을 생산하고자 하는 옛날 이야기는 꾸며내지 말 것, 추억 속의 이미지를 거론하여 번역하는데 만족하지않고, 이 이미지를 다양한 접근방식을 통해 스스로 속살을 드러내는 자료로 취급할 것, 한마디로 나 자신의 인류학자가 될 것
책 <부끄러움>은 이미 <단순한 열정>을 통해 단순하다 표현 할 수 있을 만큼 깊고 독한 열정을 접했던 아니 에르노의 자기고백서다. 이 작품은 이해하기 꽤나 복잡하게 번역 되었지만, 지나간 과거의 기억이 부끄럽고 치욕스럽고 고통스럽고 절망하게 하는 그것이라해도 있는 그대로 기억할 뿐,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지말자고 스스로를 타이른다. 나아가 그 부끄러움을 통해 자신을 바르게 보고 깊이 알고자 한 작가의 태도는 충분히 멋지다.
상처가 늘 사람을 멋지게 하는 것은 아닌고로, 찢기고 이겨지는 일은 할 수만 있다면 피해야 한다, 상처는 그저 상처라서, 상처가 아물어도 상처에 대한 기억은 지워지지 않는다, 그저 직시하는 것과 계속 나아가는 것 뿐, 기억은 낫지 않고 남아 나아갈 방향을 말해준다,
그 때에, 어떤 것도 스스로 꾸며내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그녀의 마음에 공감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