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경 시집, 문학과 지성사(2018.3)
제목에 너무나 끌렸다, 우리에게 잠시 신이었던, 이라니,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신이 된다는 것 또는 나에게 잠시라도 모든 것이 되는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것은 평생을 살아가게 하는 어떤 것이므로, 이런 제목을 한 시집의 속 사정이 궁금했다,
좋았던 시구들을 짚어보면,
시 <主人> 에서
...
세상은 세상을 향해 구부러지고
끝이 끝에 닿으려 한다 빛이 온다
그 빛은 우리를 포함하고 있다
우리를 포함하고 너무 포함하고
깊이 포함해서 결국 지워버린다
...
세상은 우리라는 빛을 그들 자신의 모습으로 삼켜버리는 것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애초에 빛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니면 원래 이 세상 것이었던 것 처럼.
시 <작은 일들> 에서는
...
어떤 작정이 없다면 사람은
금방 슬퍼지고 만다
고작 덥네 더워 여름이네 여름
하면서 그렇게 부끄러운 일만
잔뜩 떠올리면서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별 의미없는 발화들, 그래서 무료하고 허전한 대화들, 내 것인지 상대의 것인지도 모호한 이야기들, 아니면, 정작 하고픈 말들을 숨기던 풍경에 부끄러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때때로 그런 습관적인 친절, 불편하지 않게 배려하는 흔해빠진 말들이 고맙다,
시 <社员>에서는
...
밤에도 잎들은 반짝이고
오지도 않고 계절이 가고 있음을
태어나거나 죽는 것들로
중력은 가끔 힘을 놓는다는 것을
그 때문에 밤은 어둡고
낮은 환해진다는 사실을
겨우 불빛 다 꺼지고
어떤 온기도 남지 않아도
빛이 없어도 푸른 것들은 반짝이고, 온지 몰라도 계절은 다녀가고, 태어나고 죽는 일, 밤이 어둡고, 낮이 밝은 그 순환은 내가 알던 모르던 돌아간다는 것, 그것은 슬프고 동시에 위로가 된다,
각각의 시들은 마치 계속 지속될 것처럼, 어딘가에 시어의 끝을 숨겨둔 것 처럼 끝을 맺는다, 끝이 났으나 끝나지 않은 듯, 여운이 이어진다, 시어의 곳곳에 어두어진, 빛을 잃은 것인지, 숨기운 것인지, 보이지 않는 것인지 모르지만, 어두어진 자기 자신, 사람들, 그들의 시선이 닿는 물체들이 존재한다,
시인의 말은 무심하게 던져진 것 같이 느껴지는데, 실은 시어간의 띄어쓰기에도 시인의 시선이 베어있어 인상적이었다, 일상적인 시어들이 놓여있은데도 시가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 속을 들여다 보고 싶어서 찬찬히 읽고 또 읽으면, 시어들이 꿈꾸는 풍경에 조금은 닿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읽고 또 읽으며 마음에 남은 시의 귀퉁이를 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