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히로카즈(2018), 어느 가족
*이 짧은 글에도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혈연으로 맺어지진 않았지만 가족으로 살기로 한 어떤 가족, 그리고 그 의지가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아서 적당히 살아가는 위태로운 이들이 가족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이름을, 가족을 선택한다는 것.
우리는 모든 일을 인과 짓기 좋아한다. 차마 너무 폭력적이어서 묘사하기도 싫은 그 인과의 말들. 그간 살면서 만난 사람들은 어떤 이유가 있어서 선한 것도, 악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어떤 선택이 있을 뿐이었고, 선택의 기회조차 없이, 주어진 환경을 마주할 뿐이었다. 어느정도 확신하건데, 완벽한 가족 따위는 실은 없는 것일지 모른다.
‘어느 가족’에서 일단은 엄마의 역할을 하는 배우 안도 사쿠라의 연기가 특히 가슴에 박혔다. 그녀는 버려진 아이를 차마 못본체 할 수 없어서 주워와 키웠으나 남들에게 그것은 유괴이고, 사람들은 그녀에게서 유괴의 이유를 찾는다. 안도 사쿠라 에게 그 자신의 삶의 인과를 다그쳐 물을때, 황망해하는 그녀의 얼굴은 잊기가 어렵다. 설명하기에도 지쳐버린 삶, 그래서 그녀는 자기에게 씌워진 인과를 받아들이기로 한다.
모든 일이 인과적일 수 없다는 것, 모두가 당연하다고 말하는 '인과'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리고 지우는지, 우리가 가족이라 이름지으면서, 그렇게 관념을, 의미를 정해놓음으로써 그 사이에 오가는 수 많은 관계의 이야기는 버려지고 만다.
혼자는 외로워서 그저 자기 앞에 놓인 사람, 사건을 주워오는 이들, 그리고 그렇게 존재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다시 유기와 유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들은 남들이 버린 것을 주워왔지만 그들의 이름은 그래서 좀도둑 가족이 된다.
그렇게, 버린 자들에게 다시 그들이 버린 이를 주인이라 돌려주는 것은, 그래서 인과적인가,
참으로 좋을대로의 인과이다,
어쩌면 가장 강력한 인과는 선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