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롱 Oct 24. 2017

팀 탈러, 웃음을 팔아버린 소년

안드레아스 드레센 연출(2017), BIFAN 2017


영화 스틸컷(출처 : BIFAN)


안드레아스 드레센 연출, 영화 <팀 탈러, 웃음을 팔아버린 소년 (2017)>

영제 : The Legend of Timm Tyler or The Boy Who Sold His Laughter

원제 : Timm Thaler oder das verkaufte Lachen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2017)가 성공적인 폐막을 한지도 두 달을 훌쩍 넘겼다. 뒤늦은 영화 리뷰.


영화는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가족영화였다. 어린이들에게 인기가 많은 영화였는데, 성인이 관람하기에도 한편으로는 마음을 졸이게 되고 생각할 거리도 던져주는 영화였다.


영화 스틸컷(출처 : BIFAN)


주인공 팀은 홀아버지와 함께 산다. 팀의 유일한 낙은 아빠와 함께 경마장에 가서 경주마를 응원하는 것. 아빠는 새엄마와 형을 집으로 맞아들였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팀은 아빠의 장례를 위해 비석을 세우고 싶지만 그럴수 없는 자신의 형편을 슬퍼하고, 새엄마와 형은 그런 팀이 불편하기만 하다. 혼자 경마장을 기웃거리며 우울함을 달래던 어느 날, 한 신사가 팀에게 다가온다. 처음에 그는 동전 하나를 건내며 우승할 말馬을 귀뜸해준다. 그렇게 딴 돈은 금새 사기꾼들의 꾀임에 넘어가 모두 잃는다. 그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며 찾아온 신사는, 아무것도 팔 것이 없는 팀에게 ‘웃음’을 팔면 어떤 베팅에서도 이기게 해준다고 제안한다. 망설이던 팀은 자의반 타의반 결국 그 제안을 수락한다.


그때부터 팀은 모든 내기에서 이기게 된다. 친구들과 장난으로 하는 작은 내기부터, 경마장에서 말도 안 되게 큰 승리를 수차례 거둔다. 어떤 내기든지 팀은 승리한다. 늘 이기기만하는 팀을 사람들은 피하고 두려워한다. 게다가 웃어야 하는 순간에 웃지못하고 기괴한 소리를 뱉어내는 팀을 사람들은 싫어한다. 학교를 가는게 무의미해진 팀은 마을의 한 호텔에 취직하기로 한다.  


영화 스틸컷(출처 : BIFAN)


팀에게서 웃음을 사간 신사는 사실은 악마다. 사람처럼 되고 싶은 신사는 처음에는 팀의 웃음을 빼앗고, 이제는 다리가 불편한 팀의 여자친구에게 다가가 뱀과 같이 노란 자신의 눈을 바꿔주면 다리를 고쳐주겠다 말한다. 팀이 네 다리를 싫어하는 거라고 이간하면서. 이 사실을 알게된 팀은 여자친구에게 원래의 눈을 돌려주고자 악마와의 내기를 준비한다. 과연 누가 이겼을까. 후훗


영화의 몇 장면들은 마음을 슬프게 한다. 엄청난 돈을 기부하는 대신 기부를 받는 기관의 아이들을 줄세워서 사진을 찍는 모습은 익숙하면서도 불편한 풍경이다. 악마는 관계의 중요한 순간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 모든 순간을 돈과 욕망을 위한 선택을 하라고 종용한다. 악마가 돈을 버는 원리를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절망하게 된다. 물이 부족한 땅에 가서는 그들의 우물을 훔치고 그 우물물을 돈을 주고 사먹게 하면 된다고 발랄하게 설명하는 악마. 권력을 가진자들이 그 권력을 부여한 사람이 누구인지 잊고 자기들 멋대로 권력을 주무르는 작태들이 떠올라 화가 났다.


프랑스 철학자 시몬 베유의 <중력과 은총>이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는데,


‘권력은 수단일 뿐인데,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이들에게는 최상의 목표가 된다!’     


이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또는 깨달으려 하지 않는 이들을 악이 얼마나 이용하는지, 악이 우리를 이용하도록, 그 편이 너무도 편하고 살만해서 우리는 얼마나 쉽게 그것을 허용하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무지때문이라는 핑계와 예민하기 싫은 게으름 때문에 우리는 멋대로 도구인 권력이 우리를 앞서게 한다. 권력을 목표로 하라는 악마의 속삭임에 늘 쉽게 넘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영화가 던지는 또 다른 질문은 이것이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까. 


팀이 늘 이기는 힘을 가진걸 알게 된 어른들은 순간순간 팀을 어른으로 대한다. 그러면 팀은 여지없이 말한다. 나는 어린이라서 그럴 수 없다고. 어른과 어린이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 걸까. 무엇이 그 사이를 구분짓고 어린이를 어린이답게, 어른을 어른답게 할까.  


영화 스틸컷(출처 : BIFAN)


영화에서 참 어른의 모습을 대표하는 사람은 팀이 학교를 그만두고 취직한 호텔의 바텐더이다. 그는 팀과 대화를 나눈다. 대개의 어른들이 어린이들과 대화를 한다기 보다 대화하는 척을 하는 것을 생각하면, 그들의 별것 아니지만 진지한 대화는 흥미롭다. 팀은 바텐더에게 자신의 능력을 설명하며 그가 그토록 좋아하는 호텔 지배인과 사귀게 해주겠다고 제안한다. 팀은 친구인 바텐더의 소원이 이루어지길 바라기 때문에 뭐든지 해주고 싶다. 잠시 망설인 바텐더는 좋아하는 감정이란 그런 게 아니라며, 그렇게 이루어진 소원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거절한다. 악마와의 내기로 괴로워하는 팀을 살피기도 하고 상담을 해주는 것 역시 그다.           


영화는 사고팔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끝까지 믿어주고 끝까지 좇아가주는, 포기하지 않는 관계, 그리고 서로 이야기 하지 않아서 생기는 오해들에 대해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출처 : 자원봉사 이음의 봉씨네 영화모임 후기에서 발췌(http://blog.naver.com/volmanager/221123994960)


 * 봉씨네는?

 자원봉사 이음의 소모임 봉씨네는 자원봉사Bongsa와 영화cine의 합성어로, 자원봉사 현장의 실무자들이 영화를 함께 보고 깊이 읽어보는 영화해석모임입니다. 구성원들의 추천으로 영화를 선정하여 격월로 한번 함께 영화를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시인의 사랑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