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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롱 Mar 29. 2016

피보다 진한 가족애愛

으랏차차스토리 제작, 연극 <형제의 밤>

으랏차차스토리 제공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이라는 영화가 있다.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으로 인해 같은 공간에 살게 되고, 함께 살아가는 사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게 되는 이야기다. 혈연에 대한 집착이 남다른 한국적 정서로는 이들이 같이 사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간단하지 않다. 하지만 막상 한 집에 모여 서로를 의지하며 사는 이들을 부를 이름은 ‘가족’외에는 없어 보인다. <형제의 밤>은 서로 친 형제는 아니지만 각자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입양되었고 그 두 사람의 결혼으로 형제가 된 두 남자의 이야기다. 연극은 이 형제를 통해 우리에게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


형제라는 명분

상복을 입고 나란히 선 형제. 형제는 한 날 한 시에 부모를 잃는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온 그들은 실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이다. 형 수동은 엄마를 따라, 한 살 어린 연소는 아빠를 따라 재혼가족을 이룬다. 13년을 함께 자라 서른이 된 그들은 부모를 잃자, 같이 살아야 할 명분을 잃는다.


4수만에 명문대에 들어가 어학연수까지 마치고 돌아온 수동은 라디오방송국 PD가 되기 위해 공부에만 매달리는 사실상 백수다. 부모님과 함께 곱창 가게를 운영하는 연소는 지난 사업으로 집에 빚더미를 떠넘긴 전적이 있다. 부모가 죽자 그들에게는 집과 곱창가게, 4억의 빚, 몇 가지 유품 그리고 엄마의 유언이 남는다.


엄마는 미술교사였다. 방 한 곁에 놓인 아빠, 엄마가 환하게 웃고 있는 그림은 엄마가 그린 것이다. 수동은 엄마 그림은 자기가 갖겠다고 선언한다. 수동과 실랑이를 하던 연소는 액자는 아빠가 산 것이니 그림만 가져가라며 윽박지른다. 액자에서 조심스레 그림을 꺼낼 때, 그 뒤로 또 다른 한 장의 그림을 발견한다. 몸이 붙은 쌍둥이가 그려진 도화지에는 ‘수연’이라는 이름과 ‘하나이면서 둘, 둘이면서 하나’라는 묘한 문구의 아빠의 시 그리고 1981년 이라는 연도가 선명하게 적혀 있다.



형제는 집을 수연에게 남긴다는 엄마의 유언과 재혼으로 처음 만난 줄 알았던 엄마, 아빠가 실은 일찍이 알고지낸 사이였다는 과거를 대하고 보니 왜 그들 부모가 핀란드로 가려고 한 것인지, 유품에 섞여 있는 핀란드 병원의 전화번호는 무엇인지, 평생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수연’이라는 이름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동시에 두려워진다. 그리고 그 두려움의 이유와 수연의 실체를 마주하며 극은 막을 내린다.


휴먼 코미디를 지향하는 2인극 <형제의 밤>은 형제들 간의 거친 말들과 심한 장난, 몸싸움 등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투닥거리는 사이, 그들의 입씨름 속에 스치는 진심과 속 깊은 고민들은 또 다른 공동의 감성을 자극한다.



연극 내내 창밖으로 비가 줄기차게 내린다. 숨겨졌던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 연소는 소주잔을 수동에게 들이민다. 소주는 안 마신다는 수동의 잔에 빗물을 채워온 연소는 소주다 생각하고 마시라 한다. 우리가 그렇게 믿으면 빗물은 소주가 된다고. 믿으면 달라진다고 말이다. <형제의 밤>의 작가 역시 자신의 상황과 처지가 달라지기를 희망하면서 믿음을 가지고 극을 써 내려갔다 한다. 믿으면 달라진다는 그 믿음을 응원하고자 연출가도, 배우도 마음을 다해 참여했단다. 그리고 그 진심은 무사히 관객에게 전달된다.


가족이란 어쩌면 가족이라는 믿음 자체인지 모른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에게 상처내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각자도생하는 사람들보다 부족한 자신과 살아달라며 외로움을 토로하고 결국에는 살을 부비며 같이 살아가는 것이 진정 가족이지 않겠는가. 같이 살아가야 한다는 믿음이 너와 나를 하나로 만든다. 형제의 밤은 그렇게 하루 또 하루 자꾸 더 늘어갈 것이다.


<형제의 밤>은 4/1~6/19 대학로 세우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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