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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롱 May 13. 2016

화려하지만 숭고하지 않은

프렌치 오리지널 뮤지컬 <아마데우스>

음악 신동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짧고 굵은 삶을 다룬 프랑스 뮤지컬 <모차르트 오페라 락(Mozart L’Opera Rock)>의 프렌치 오리지널팀이 내한했다. 이 작품은 18세기 유럽의 로코코시대를 재현한 화려한 의상과 NRJ Music Awards 3관왕(2010)에 빛나는 화려한 넘버로 유럽 현지에서 대단한 인기를 누린 바 있다. 


ⓒ마스트ENT


어려서부터 음악적 재능이 남달랐던 모차르트가 16세가 되어 35세에 삶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가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1772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새로 취임한 대주교 콜로레도는 모차르트와 음악적 견해를 달리하여 그를 괴롭힌다. 주교의 강압을 견디기 어려워진 모차르트는 그의 음악적 스승인 아버지 레오폴드를 설득하여 어머니와 함께 유럽 순회 음악여행을 떠난다. 여행 중 독일 만하임에서 아름다운 알로이지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알로이지아는 그의 음악을 발판 삼아 가수로 성공한다. 알로이지아에 정신을 빼앗겨 자신의 음악적 성장을 등한시 하는 아들이 걱정된 레오폴드는 간곡히 그가 파리로 떠날 것을 부탁한다. 파리로 떠나온 모차르트는 현지의 생활이 녹록치 않아 방황한다. 그 사이 어머니마저 숨을 거두고 절망에 빠진 모차르트의 모습을 뒤로 1막이 내린다. 


다시 잘츠부르크로 돌아온 모차르트는 콜로레도의 계속된 억압을 피해 비엔나로 자리를 옮긴다. 요제프 2세는 그의 음악을 귀하게 여겼고 모차르트는 이를 힘입어 그간의 경험과 감성을 바탕으로 무수한 명곡을 탄생시킨다. 이미 다른 사람과 결혼한 언니 알로이지아에 가려져 그간의 마음을 숨겨왔던 콘스탄체는 모차르트와 자신의 마음을 확인하고 결혼에 이른다. 결혼 이후, 모차르트의 음악이 승승가도를 달리자, 곁에서 지켜보던 궁정악장 살리에리는 그의 천재성을 보며 열등감에 사로잡혀 괴로워한다. 살리에리는 귀족사회를 풍자한 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을 구실삼아 모차르트를 철저히 고립시킨다. 사람들의 외면에 지쳐가던 모차르트는 급기야 건강마저 악화된다. 어느 날 그에게 찾아온 검은 옷의 사내는 진혼곡(레퀴엠)의 작곡을 의뢰하고 그는 이 곡이 자신의 마지막 진혼곡이 되리라는 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그리고 끝내 레퀴엠을 완성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한다. 


ⓒ마스트ENT


뮤지컬은 모차르트의 16세 이후의 삶을, 음악여행의 시기와 그 이후 오스트리아에 복귀하여 성공 후 주류사회로부터 배척당하여 죽음에 이르기까지, 총 2막으로 구성하고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의상과 음악은 관중을 압도하지만 서사적 측면에 있어 모차르트의 충동적이고 예측불가한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는 데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대주교가 왜 그를 억압하는지, 그 억압은 어떠한 것인지, 모차르트는 왜 견디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었는지는 무대를 통해 설명되지 않는다. 


분명 18세기 중반에서 말기에 이르는 시기의 유럽의 정치, 경제적 상황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예상하지만 무대 위의 모차르트는 어리광을 부리는 망나니처럼 묘사된 측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그의 천재성은 어딜 가나 빛을 발하고, 마음에 이끌리는 대로 행동하기를 주저하지 않던 모차르트는 고향에 돌아와 더 큰 음악적인 성공을 거둔다. 그가 겪은 절망과 슬픔은 무대 위에서는 비교적 단편적으로 그려진다. 때문에 그의 고뇌가 음악의 깊이에 영향을 주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의 성공과 쇠락은 모두 그에게 주어진 천재성에 근거한 듯 보인다. 무대를 종횡무진 뛰어다니는 모차르트의 노래는 인간적 연민이나 존경보다는 천재 망나니의 마당놀이를 보는 듯 숨이 차다. 그런데 이 천재 망나니의 죽음은 마치 여느 성인의 죽음처럼 하늘로 불려 올라가 천사가 화답하는 웅장한 연출로 마무리된다. 천재는 대단한 것이다. 하지만 천재성 자체가 숭고하기보다는, 천재성을 가진 인간이 그 안에서 스스로 투쟁하고 고뇌하며 이뤄낸 결과들이 숭고한 것일 텐데, 그런 서사적 측면보다는 화려하고 웅장한 사운드와 미장센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마스트ENT


그럼에도 가수, 배우, 댄서가 가득채운 꽉 찬 무대와 화려한 로코코 의상의 향연, 발레와 현대무용이 접목된 활기 넘치는 안무, 그리고 무엇보다 18세기인지 22세기인지 혼동되는 세련된 조명 연출은 정말 볼 만하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제작진과 이미 명성을 검증받은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만을 놓고 보아도 추천은 불가피하다. 넘버 중에 특히 유명한 것으로 “Tatoue moi”와 “L’assassymphonie”를 꼽는데, 개인적으로는 알로이지아의 솔로곡 “Bim Bam Boum”과 알로이지아와 콘스탄체의 듀엣곡 “Six Pieds Sous Terre”이 정말 좋았다. 들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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