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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예쁘네요

사진으로 쓰는 일기

by 영롱
Picasso(1954), Sylvette, 뉴욕 MOMA(2015.9)


나는 이름이 특이한 편이어서, 곧 잘 이름이 예쁘다거나 이름 지어주신 부모님이 딸을 엄청 사랑하셨나보다 하는 말을 듣곤한다. 일전에 평소 만나뵙고 싶던 작가분을 만났는데, 그 분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


이름이 예쁘네요. 누가 지어주셨어요?


'아버지가요' 라고 답했더니, '아버님이 딸을 많이 사랑하셨나봐요' 하시더라. '네, 그렇습니다' 하고 넘기면 될 일을, 나는 굳이, 굳이 '그냥 남들만큼 사랑해주신 것 같아요'라는 해괴한 말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해버렸다.


아직도 여전히 마음 한켠에 아빠에 대한 미움이 남아 있는 나는, 제대로 아빠를 사랑하지도, 미워하지도 못하고, 순간의 인사치레의 말들마저 무심하게 넘기지 못하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다.


그날의 일이 못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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