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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은 칸트

by 영롱

삼촌이 돌아가신지 이제 2주가 다 되어간다. 나는 여전히 야근까지 해가며 해야할 일들을 처리하고, 약속한 여행을 생각하고, 기고글을 위해 연극을 본다. 또 깔깔대며 웃고, 농담을 하고, 흰소리를 해댄다.


그러다 문득 때되면 울리던 전화벨이 이제는 더이상, 그리고 다시는 울리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순간 순간 눈물이 핑돈다,


가끔 바쁘다는 핑계로 받지 않았던 것이, 받아도 때때로 귀찮아 했던 것이 너무도 미안해서, 그런 생각들이 발끝까지 내려앉으면 그냥 운다, 울고만다.


그나마 눈물이 조금은 그 미안함을 덮어줄까 하여 계속 울고만 싶다, 계속 계속 잊지 않고 기억하며 울어야지 다짐한다, 그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늘 같은 시간, 매일 같이 전화하는 삼촌을 칸트라 불렀다, 이제 칸트는 주님 곁으로 돌아가고 다시 볼수도, 들을 수도 없구나,


삼촌의 하얗던 얼굴이, 그 빼곡하던 눈썹이, 자욱해서 볼 때마다 닦아줬던 안경이, 차가워서 늘 꼭꼭 주물러줘야 했던 왼손이 모두 그립다. 이제 전화벨이 울리지 않는다, 울릴 수 없다,


삼촌의 전화벨이, 그저 밥먹었는지, 아픈데는 없는지 묻던 그 단조롭던 대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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