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IFAN 2016) 리뷰 5탄
이상호 LEE Sangho(1968년생, 男)
Korea | 2016 | 81min | DCP Color Documentary | 전체
이제 감독이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은 이상호 기자의 두번째 작품이다.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뜨겁게 달군 <다이빙벨>의 감독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수 김광석. 자살로 종결된 그의 죽음이 과연 자살인지, 타살인지 의문을 던진다. 사망 20년이 지나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그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문들을 사망 당일로부터 20년간 현장 취재한 충격적 영상 보고서. 김광석의 삶과 음악, 그리고 포기할 수 없는 진실들을 담았다.(영화제 소개 참조)
영화는 당시 유명인 등의 죽음은 빨리 종결짓지 않으면 경찰당국의 책임성과 무능함을 묻기가 쉬어 빨리 종결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말한다. 그렇게 빠르게 자살로 종결된 그의 죽음에는 여전히 의문이 많다. 초동수사 자료를 보아도, 아내인 서해순의 인터뷰, 가족과 지인들의 인터뷰는 끊임없이 타살의 가능성을 던지며, 범인을 관객들이 추적하고 판단할 수 있게 돕는다. 20년 동안 추적해 온 이상호 기자의 끈기와 노력에 박수를 보낸다. 관객과의 대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가장 억울한 사람, 억울함을 풀길이 없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고인이 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이 기자의 일이라고 고백한 것이다. 자기 것 챙기기에 바쁜 이 시대에 누군가는 억울한 이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에 위로를 받는다.
이상호 기자의 끈기에 대한 존중의 마음과는 별개로 연출 중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관객과의 대화 중에 질문하고 싶었지만 논점을 흐리는 질문이 될 것 같아서, 그리고 기자님을 존경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인 자리에서 하기에는 적절한 질문이 아닐 거 같아 참아 넘겼다.
서해순씨가 그의 오빠와 함께 그것이 실수이든 고의이든 그녀의 남편을 죽였다고 가정해보자. 그것은 범죄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처벌받아 마땅하다. 그것이 설령 20년이 지났다 한들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녀의 악함을 드러내는 방법으로써 그녀의 행실, 예를 들면 그녀가 남편에게 이전 결혼과 낙태 사실을 숨겼다는 것을 다루고있는데, 그 낙태 사실을 언급함에 있어 10개월이 다 된 아이를 낙태했다는 이야기를 굳이 했어야 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마도 그렇게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못하는 사람이니 범죄의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메세지를 전하려는 의도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그것은 살인의 이유가 되지도 못할 뿐더러, 그렇다 해도, 살인자는 인권도 없는 것인가 하여 마음이 불편했덩 것. 잘잘못을 떠나, 그 잘못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개인사가, 그것도 아이를 낙태한 사실이 극장에 걸려 상영된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다.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그런 과거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는 일은 우리나라 같은 사회에서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닐테고, 연출자 역시 모르지는 않았으리라. 결혼과 낙태의 배경에 사연이 전혀없을 거라고 단정할 수 없고, 그것이 설령 정말 나쁜 행실에서 비롯되었다 한들 그게 세상 모두에게 비난받을 일이며 살인의 근거로 삼을 만한 일인가 하는 점에서는 동조하기가 힘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그런 과거가 있다면 고백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이놈의 사회는 그런 개인사를 ‘과거 있는?’ 이라 딱지붙이고(생각보다 남자들에게 카사노바는 명예로운 느낌아니던가, 만약에 남자들이 임신한다면 낙태는 분명 기원이전부터 합법이었을거라 단언한다. 이건 생명이 중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여성을 낙인찍고 더러운 사람으로 취급한다. 그걸 이해해 줄만한 사람은 우리 사회에서, 극히 드물 것이다. 어쨌든 극장에 가득한 관객들은 서해숙을 난잡하고 더럽고 추악한 여자로 볼 것이 틀림없었다. 꼭 이상의 이유를 근거로 들지 않아도 초동수사 기록, 당시 현장을 묘사한 서해숙의 인터뷰 만으로도 심적으로 그녀를 범인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재산을 상속한 그녀가 재산을 활용하는 태도만 보아도 그녀가 김광석의 죽음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가 분명해진다. 더욱이 그들 자녀가 금치산자라니 의심이 더욱 짙어진다. 금치산자가 된 경위까지도 의심하게 되더라.
자살 등을 오랫동안 검시한 심리 전문가에게 김광석의 일기를 감정받았는데, 전문가는 일기의 내용이 자살하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패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 설명은 김광석의 죽음을 자살로 보는 견해임에도 불구하고 일기의 내용과 함께 그대로 영상에 담겼는데, 전문가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연출은, 일기의 내용을 통해 김광석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궁지에 몰렸는지, 그리고 그 와중에도 얼마나 이해하려고 애썼는지를 통해 타살의 이유를 더 생각해보게 하는 연출 방식을 취했다. 일기만 가지고 그의 자살을 단정할 순 없다. 일기를 쓰고 난 후에도 정서적으로 회복이 가능하니까. 다만 자신의 생각과 반대되는 입장을 그대로 담으면서, 내용을 부각하여 자신의 관점을 더 드러나게 한 것은 어떤 균형감인지, 교묘함인지 조금 확신하기 어려웠다.
故김광석은 자살인가, 타살인가, 그는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고 싶을까, 생각해 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