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롱 Mar 13. 2017

그랑블루(The Big Blue)

제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BIFAN 2016) 리뷰 4탄

그랑블루(The Big Blue)

뤽 베송 Luc BESSON(1959년생, 男)

France, Italy  |  1988  | 168min  | DCP Color Fiction  |  15


"50년대 말, 자크 마욜과 엔조 몰리나리는 잠수 기록을 다투는 경쟁대상이자 단 한 명의 우정을 다지는 친구. 20년이 지나 재회한 눈부신 바다를 닮은 두 남자의 뜨거운 경쟁, 우정 그리고 사랑"이라고 영화제 측은 이 영화를 설명하고 있다. 그랑블루는 아름다운 미장센을 자랑하는 남자남자한 영화의 상징으로 안다. 나도 고등학교 때인가 대학 때인가 처음 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에 그랑블루를 보면서는 이런게 무언가에 미친다는 거구나. 이렇게 다 버리고 이해해주는 것이 사랑이구나 하며 연신 공감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자크 마욜은 모성애를 자극하기에 적합한 외모와 품성을 타고 났다며 멋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16년에 다시 만난 그랑블루는 거의 공포영화에 다름 아니었다. 돌고래와 대화하는 자크 마욜은 사랑하기에 적합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그냥 육지에 마실나온 한 마리 돌고래일 뿐. 그런 돌고래를 사랑해서 커리어고 뭐고 다 버리고 직장에 거짓말까지 해가며 그를 찾아나선 여자는 너무나 무모해 보였다, 나는 그녀가 그(남자)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했다기 보다, 그저 뉴욕이 지겨워져 모든 것을 내던지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동기를 만난 것으로  생각하는 편이 더 이치에 맞다 생각했다,


그런 무모함 끝에 그녀에게 남은 건 무엇인가. 바다만 바라보고 자기 멋대로인, 사랑한다면서 곁에 있는 사람을 살필 줄도 모르고 살피려고도 안하는 마욜은 그녀와 뱃속의 아이만 남긴채 바다로 사라진다. 육지에 남을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그를 보내 준, 그걸 또 이해하고 보내준다 ㅜ 그를 보내고 육지에 남겨져 눈물을 훔치는 여자를 보니 이건 뭐 뜨거운 경쟁, 우정, 사랑도 뭣도 아니다 싶어서, 나도 울었다,


사실 진짜 멋있던 건 엔조. 엔조는 경쟁이 무엇인지 알고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을 위해 누구도 희생시킬 생각이 없다.(어머니 이외의 여자를 도구로 생각한건 마찬가지 였지만 ㅜ ) 다만 목숨을 걸고 진짜 최고가 되기 위해 마욜을 초청하고 계속해서 기록을 갱신하려 도전한다. 이런 사랑과 우정이라니.   88년은 그런 시대였던가 싶어진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푸른 바다와 그 깊숙한 곳을 들여다 보는 일 그리고 정말이지 실컷 돌고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십년도 훌쩍지나 다시 영화의 자크 마욜은 그냥 돌고래였다는 걸, 알게된 시간이었달까,



매거진의 이전글 살아있는 데브의 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