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려서 정밀화 그리는 법을 배우죠
남들보다 더 멋진 걸, 더 정확하게, 더 빠르게, 더 예쁘게
뭘 그리고 싶냐는 질문에 나도 이제는 대답이 쉽지 않아
그냥 추상화를 그릴까 봐
자유로운 스케치를, 엇나가면 엇나간 대로, 느낌 가는 대로
순간순간의 터치에 있지도 않은 정답을 찾느라 너무 많은 고민을 하고 싶지 않아
원래 그리려던 것과 전혀 다른 걸 그리게 되어도 괜찮아
분명히 내 마음에 들 테니까
결국에 미완성으로 남겨진다고 해도 괜찮아
어쩌면 내 뒤 누군가의 마음에 든다면
그 사람이 마저 칠해 주지 않을까